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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장, 여야 치킨게임에 또 '완충역' 수행

정의장, 여야 치킨게임에 또 '완충역' 수행
정의화 국회의장이 12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안 처리를 놓고 마주 보고 달려오며 충돌 직전이던 여야를 잠시 돌려세웠다.

국회법에 따르면 현재 무소속인 정 의장은 자신의 '친정'인 새누리당이 원하는 대로 이날 인준안을 상정해 단독 처리하도록 '멍석'을 깔아줄 수 있었지만 국회 수장으로서 여권의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중재를 택했다.

정 의장은 원래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국회의장은 무소속인 관례에 따라 현재 당적이 없는 상태다.

정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와 면담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장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여러 가지를 다각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오전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 여당 의원뿐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개별적으로 또는 함께 만나면서 설득 작업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정 의장은 인준 표결을 위한 본회의 날짜로 13·16·17일을 제시했다.

원래 예정됐던 일정은 미루더라도 설 연휴 전으로 시한을 못박음으로써 야당까지 동시에 압박한 셈이다.

이날 당장 여당이 단독처리할 경우 국회가 마비 상태에 빠지는 게 불을 보는 뻔한 상황에서 일종의 '냉각기'를 갖도록 한 것이다.

이날 처리를 강력하게 요구한 새누리당이나 본회의 날짜를 설 연휴 이후인 23일께로 상정하던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반대했지만 결국 16일로 절충점을 마련함으로써 일단 이날의 극한 충돌은 모면하게 됐다.

그러나 16일에도 야당의 불참 속에 여당이 단독처리한다면 이후 정치권 경색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결국 오늘 벌어질 일을 잠시 뒤로 미뤄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하루라도 빨리 총리를 지명해 후속 개각을 포함한 인적 쇄신을 추진하려던 청와대로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게 됐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앞으로 사흘 한나절 동안 이 후보자에 대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경우 만회나 해명의 기회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연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도대체 왜 기왕에 합의된 일정대로 해주지 않느냐"고 볼멘소리가 나온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정치권에서는 본회의를 연기한 것을 두고 정 의장과 이 후보자간 과거 '구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나란히 15대 국회에 입성해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지만 이 후보자가 원내대표 시절 정 의장이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를 내놓자 이를 '참견'으로 보고 신경전을 벌였던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 의장은 지난해 9월 정기국회에서 계류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중재력'을 발휘했다.

세월호 특별법 충돌로 단 한 건의 법안 처리도 못하는 '불임 국회' 상황이 이어지자 새누리당은 이미 여야 합의를 거쳐 법사위까지 통과한 민생경제 법안의 처리를 촉구하던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정 의장은 법안 처리 날짜로 9월26일을 스스로 지정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내 세월호 특별법 합의 도출을 위해 며칠의 말미를 요구했다.

그러자 '사퇴권고결의안'을 추진하는 여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30일로 연기해 합의 처리하며 파국을 막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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