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론 기자 초년병 시절 시민단체 리더로서의 박원순을 취재한 지 십 수년 만에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성장한 박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가 끌리는 동행이었습니다. 서민 시장을 자임해온 박시장답게 출발-귀국편 모두 비행기 좌석은 다른 일행과 마찬가지로 이코노미석을 이용했습니다.
문득 지난 2009년 초 가자전쟁 당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중동 여러나라를 순방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카이로 특파원으로 반총장의 유엔 전용기에 동승할 기회가 있었는데 미국 대통령의 에어포스 원에 버금갈 만큼 크고 럭셔리할 거란 예상과 달리 좌우 두 좌석씩 20열이 될까말까한 자그마한 크기여서 저으기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박시장은 일본에 도착해 차량으로 이동할 때도 단체버스에 탑승해 참모들이나 기자들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는 소탈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교량 안전 시스템 벤치마킹차 도쿄 게이트 브릿지에 들렀을 때는 영하의 매서운 강풍 속에 2.6Km에 이르는 다리를 건너가려다 젊은 기자들의 원성(?)에 마지못해 되돌아올 정도였습니다.
현지 언론의 반응도 예상외로 큰 편이었습니다. NHK를 비롯해 교도통신, 도쿄신문, 월간 세카이, 홋카이도 신문이 박시장과의 인터뷰를 주요뉴스와 1면에서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오랜 시민운동 경력과 지자체장 선거운동, 시장직 수행을 통해 여유도 많아진 듯 했습니다. 2000년대 초까지 활동가로 일할 때만 해도 논리는 정연했으되 다소 shy한 모습이었지만 10여년이 흐른 지금의 박시장은 기자와의 대화에서나 강연에서 능수능란하다는 표현이 떠오를 만큼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서두에서 이번 방일의 주요 목적이 도시 안전을 비롯해 일본이 우리보다 앞선 분야에서 노하우를 벤치마킹하자는 취지였다고 언급했는데 실제로 얼마나 배웠으며, 앞으로 추진될 서울시의 사업에 얼마나 적용될 지도 두고 볼 일입니다. 일정이 마무리된 뒤 이번 시찰을 통해 어떤 참고할 만한 내용을 얻었는지 묻는 질문에 일부 실무자들이 그닥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 데서 보듯 자칫 시찰을 위한 시찰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귀국 후 이틀만인 지난 일요일, 때마침 서울시장 공관 이사가 있었습니다. 전세가 2억 남짓 아파트에서 28억 짜리 전셋집 (매매가 60억) 으로의 이동이라 곱지 않은 여론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전임 시장들이 사용해 온 이전 혜화동 공관이 매매가 150억 안팎으로 추정되는 만큼 박시장 측에서는 이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공관 임대에 대한 세간의 비판이 억울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친근한 서민시장 이미지로 당선된 박시장이 감당해야 할 일종의 업보라고 생각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서울시민이 바라는 박시장의 모습은 서민들과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곳이 그리 다르지 않은 서민의 벗, 이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