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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록물 사법적 첫 판단…靑문건 사건도 영향

18대 대선을 전후해 정치권과 여론을 뜨겁게 달궜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은 6일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일단락됐다.

어떤 경우를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그 정의와 기준을 설정한 이번 판결은 앞으로 이어질 '청와대 문건유출'사건 재판에서도 중요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 '대통령기록물 기준' 판결로 규정 =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을 법률상 '사초', 즉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느냐 여부는 검찰 수사단계에서부터 논란거리였다.

이날 법원은 대통령기록물의 4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①문서·도서·대장·카드·도면·시청각물·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자료 가운데 ②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것이어야 하고, ③생산 또는 접수 주체가 대통령이나 대통령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기관·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면서 ④생산·접수가 완료된 것이어야 대통령기록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기록물의 정의와 기준에 대한 사법적 첫 판단이다.

그러나 논란이 된 회의록 초본은 형태 요건이나 직무 관련성, 생산주체 요건을 모두 갖췄지만 '생산이 완료됐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초본을 열람한 것만으로도 '생산 완료'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결재권자가 내용까지 승인해 결재해야 생산완료'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기준으로 볼 때 노 전 대통령은 해당 문서의 처리의견란에 재검토 지시를 명확히 했고, 따라서 내용은 승인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도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녹취록의 초본이라는 것은 수정보완을 거쳐 완성본이 만들어지면 더 이상의 사용가치가 없어 폐기하는 것이 마땅한 만큼, 설령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를 삭제했더라도 정당한 권한으로 폐기된 것이라고 봤다.

회의록 초본은 '법률상 사초'로 볼 수 없고 당연한 폐기 대상이라는 결론이다.

◇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판단 가늠자 될 듯 =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법원의 정의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박관천(49·구속기소) 경정과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에 대해 모두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때문에 이 사건에서도 이들이 빼돌린 문건을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이날 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토대로 보면 유출된 문건은 형태 요건을 갖췄지만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된 것이냐 하는 요건부터 논란이 될 수 있다.

유출된 문건은 박지만 EG회장 부부와 주변 동향, 기업인의 사생활 및 비리 첩보, 박근혜 대통령 또는 친인척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공직자나 변호사에 대한 동향보고 등이다.

언뜻 봐서는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생산주체에 대해서도 법원은 직원 '개인'이 아닌 '기관'이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해당 문건들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되기는 했지만 검찰 조사 결과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의 '윗선'은 문건 작성을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생산주체를 '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 애매한 상황이다.

현재 대통령기록물에 관해서는 대법원의 확정된 판례가 없다.

때문에 이날 회의록 사건에서 1심 법원이 세운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기준과 정의가 앞으로 문건 유출 사건 재판에서도 긴요한 참고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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