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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론스타' 뒷돈으로 새정치 꿈꿨나?

[취재파일] '론스타' 뒷돈으로 새정치 꿈꿨나?
한때 해외 투기자본의 저승사자로도 불렸습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공동대표는 한때 론스타가 금융감독원보다 두려워했던 존재였습니다. 외환은행을 매각하며 4조 원이 넘는 막대한 차익을 얻어 떠난 그들에게 장화식 대표만큼은 당당했습니다. 론스타를 검찰에 처음으로 고발했던 단체도 장 대표가 몸담은 투기자본감시센터였습니다. 여론몰이에 성공했고, 국세청 금감원이 뒤늦게 조사에 들어갔고 ,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국부유출을 막지는 못했지만 두 번 다시는 해외 투기자본의 양털깎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의 공감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시민단체는 그렇게 세상의 인식을 바꿨습니다.

론스타의 저승사자 장화식 씨가 검찰에 체포됐습니다. 론스타 대표에게 8억여 원을 받은 혐의입니다. 시점도 묘합니다. 2011년 9월 론스타 유회원 대표의 파기환송심 최종 선고를 앞두고 돈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장 씨는 유회원 대표를 만났다고 합니다. 법원 최종 선고를 앞두고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성명서를 내고 법원을 압박하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며 협박을 했다는 것입니다. 체포 혐의는 배임수재지만 사실 공갈 협박에 가깝습니다. 한류스타 이병헌 씨의 음담패설을 외부에 알리겠다던 협박녀 2명, 대기업 사장의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 커플과 다를 바 없는 행동입니다.

협박으로 상대의 기를 죽인 뒤엔 부드러운 회유가 시작됩니다. 거액을 주면 법원에 선처해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보내겠다고 합니다.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먹튀 논란으로 론스타를 둘러싼 사회적 여론은 바닥을 치고있던 상황에 유 대표는 또 다시 불법적인 거래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한번은 '허위감자설'을 퍼뜨려 헐값으로 외환카드를 합병하더니 두 번째 범죄는 돈으로 장화식 씨의 입을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론스타

범죄의 포인트는 바로 여기입니다. 유 대표는 현금 8억여 원을 장 씨의 계좌로 송금합니다. 일반계좌가 아닌 가상계좌로 전달합니다. 가상계좌는 간단한 은행 심사를 거쳐 일시적으로 개설했다 폐쇄할 수 있습니다. 추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돈을 받은 게 발각될까봐 일반계좌가 아닌 가상계좌로 받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입니다.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준비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바꿔 말하면 시민단체를 운영하며 '먹튀' 론스타를 비판하고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압박했던 장 씨의 행위도 돈을 뜯어내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것도 됩니다.

실제로 돈을 받은 뒤 장화식 씨는 투기자본감시센터 성명서에서 '유회원 대표'의 이름을 뺍니다. 법원 최종 선고를 앞두고 탄원서를 보내는 의리(?)를 지킵니다. 8억여 원의 대가는 제법 달콤했던 것 같습니다. 검찰은 유 대표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탄원서 효과 때문인지 법원의 선고형량은 징역 3년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장화식 씨와 유회원의 밀월관계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첩보를 입수한 검찰이 유회원 대표를 체포해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합니다. 검찰이 가상계좌를 추적해 거액의 움직임을 사전에 확인했기 때문에 가능한 체포였겠지만 무엇보다도 유회원 대표의 진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뒷거래'가 쉽게 발각되지 않으려면 돈을 주고 받는 사람들은 친분이 있거나 공생하는 관계일 경우입니다. 방산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방산업자들과 군인들 사이에 오랫동안 이뤄진 비호와 공생의 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검찰 눈에는 범죄지만 공생관계에서는 '의리'로 통합니다. 장화식과 유회원 씨 사이에는 공생은 없었습니다. 돈거래만 있었을 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약한 고리입니다. 장화식 씨도 순순히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고 합니다. 자녀 유학비와 주식투자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는 시민단체의 공동대표가, 론스타의 저승사자가 론스타를 협박해 8억 원을 뜯어냈다는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장 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된 지 하루만에 서둘러 파면조치했습니다.  "개인적 사유로 금품을 수수한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긴급회의를 통해 장화식 공동대표의 파면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장화식 씨는 외환카드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론스타게이트 의혹 규명 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을 맡아 론스트 사태를 시민단체에서 진두지휘했던 인물입니다. 지난 해 1월에는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친위원회 추진위원을 맡기도 했던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먹튀 자본을 비판하며 먹튀 자본에게 뒷돈을 받은 인물이 새정치를 꿈꿨다는게 아이러니 합니다. 국민 기만 행위입니다. 뒷돈에 오염된 새정치는 국민들의 희망도 오염시켰을 것입니다. 


▶ 앞에선 론스타 '먹튀' 비판…뒤로는 8억 '뒷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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