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우이긴 하지만 북한 특수전 요원들이 고속 침투정이나 AN-2를 타고 남부지방의 원자력 발전소에 침투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최초의 방어선은 그 지역 향토 보병 사단이 구축해야 합니다. 향토 사단은 5년차 이상의 향토 방위, 즉 향토 예비군을 관리합니다. 사단의 편제가 제각각이긴 하지만 주력 병력은 현역이 아니라 향토 예비군입니다.
그렇다면 막강한 북한 특수전 부대에 맞서 원자력 발전소를 지키는 향토 예비군의 손에 들린 무기는 뭘까요. 가장 최근이라고 해도 1967년에 생산된 M1 카빈 소총을 들어야 하는 예비군이 많습니다. 북한에서는 가장 성능 좋은 무기로 무장된 ‘살인 머신’들과 반백년도 더 된 나무총을 든 예비군의 싸움입니다. 죽창 든 의병이 조총 든 왜군을 무찌르기도 했다지만 확률적으로 너무 불리한 싸움입니다. 우리 군은 그런 싸움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우리 예비군은 1~4년차 동원예비군 125만 명과 향토 예비군 103만 명으로 구성됐 있습니다. 동원예비군의 개인 화기는 각 동원 사단에 현역과 같은 수준으로 준비돼 있습니다. 문제는 향토 사단 소속 향토 예비군의 개인 화기입니다. 향토 예비군 수에 맞춰 103만 정은 갖췄는데 M16이 64만 정이고 카빈이 39만 정입니다. 요즘 예비군들은 카빈은커녕 M16도 못 만져봤습니다.
향토 예비군들은 내구연한을 넘긴 지 오래고 단종된 총기로 국가 주요시설을 사수해야하는 처지입니다. 카빈은 사격되는지도 장담 못합니다. 2010년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는 상당수 카빈 소총이 실사격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예비군 부대 실사 자료가 공개됐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력화시키는 스타워즈 같은 킬 체인(Kill-Chain),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구축하겠다는 군이 한쪽에서는 북한 최정예 전력을 6·25 시절 카빈으로 맞서게 하는 비현실적인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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