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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분신, 원인은? 개인적 불만이 극단적 선택으로

잇단 분신, 원인은? 개인적 불만이 극단적 선택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드러내고자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최근 한 달여 사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사회적 약자가 권력의 부당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써 자기희생을 결단했다면 최근 분신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또 사회적·개인적 불만을 협박 전화 등을 통해 표출하는 일이 잦아 우리 사회의 갈등 조절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어제(1일) 오후 5시 13분 경기도 양주시 만송동의 한 마트에서 김 모(50.여) 씨가 마트 사장과 임대차 계약 문제로 다투다가 분신해 숨졌습니다.

마트 사장과 1시간가량 언쟁하다 밖으로 나간 김 씨는 시너통을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와 문을 잠근 뒤 시너를 자신의 몸에 뿌리고 불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 국민이 55년 만의 우승을 염원하며 한창 아시안컵 결승전을 관람할 때인 지난달 31일 오후 8시 4분 서울 서초구 방배동 2층 주택 반지하 방에서는 정 모(53.여) 씨가 분신해 정 씨와 방 주인이 중화상을 입었습니다.

경찰은 다른 여성과 사귀던 방 주인이 정 씨와도 가깝게 지내면서 삼각관계가 형성됐다는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골목길에서 수십 년 전 헤어진 생모가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용직 노동자 천 모(30)씨가 분신자살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 돼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손에서 자란 천 씨는 최근 생모를 만나 생활비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지난 한 달여 사이에 청와대 등 시설물에 대한 폭파 협박 전화도 잇따랐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 중국동포 남 모(34) 씨가 술에 취해 "광화문과장 세종대왕상에 폭파사고가 날 것"이라는 내용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난달 7일에는 60대 남성이 "국회의사당을 폭파하겠다"며 119로 협박전화를 걸고, 지난달 22일에는 독도 문제에 불만을 품은 70대가 일본 대사관을 폭파하겠다고 전화를 걸었다가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국회의장 전 보좌관 아들이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근혜 대통령 사저를 폭파하겠다는 등의 협박 글을 올려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불만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표출한 사건들의 원인을 개인적·사회적 인내력이 줄어든 것에서 찾았습니다.

여기엔 불만을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힌 점도 일조했다는 것입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사건들은 개인의 분노를 표출하는 사건들"이라며 "문제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종말을 고하면서 '너도 같이 죽자'며 마지막 가해행위를 하겠다는 적대적 행위라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직에 대한 개인의 기대가 충족되지 못해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분노 혹은 증오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사회적 주목도를 높이고자 분신과 같은 자극적인 방법이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불만과 사회적 갈등이 쌓이다 보면 분신을 넘어선 더 큰 사회적 테러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치안전망 2015' 책자를 통해 "장기간의 국내 경제불황과 다양한 사회갈등으로 불만이 누적된 사회 불만세력과 행동통제가 어려운 폭력성향의 정신질환자에 의한 우발적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불만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폭발하기 전에 개인의 부적응 문제에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정근식 교수는 "오늘날 우리 시민사회는 개인이 겪는 부당함, 나아가 사회적 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할 능력을 많이 상실했다"며 "권력과 자본의 장벽은 점점 커지는 데다 시민사회에도 기대기 어려운 개인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좌절감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교수는 "어릴 때부터 경쟁에 내몰려 학교를 그만두는 숫자가 많아지고 은둔형 외톨이도 증가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개인의 부적응을 관리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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