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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표창원 "도로 위 무법자들, 차량과 자기인격 동일시"

* 대담 : 표창원 소장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 한수진/사회자:
얼마 전 발생한 삼단봉 사건, 큰 충격을 줬습니다. 꽉 막힌 터널에서 구급차 뒤를 따라 갓길로 새치기 하던 차량을 막아서자, 운전자가 내려서 삼단봉을 휘두른 사건인데요. 이번엔 욕을 하고 가는 운전자를 쫓아가서 왜 욕을 하냐고 따지자, 차로 밀어 넘어트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는데요. 왜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지, 오늘 표창원의 사건과 사람들에서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장님, 어서오세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어제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서 있는 사람을 급가속해서 받아버리는 모습, 참 충격적이었는데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해당보도에서는 언제 어디서 발생한 사건인지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내용을 보면, 최근에 발생한 사건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거리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가해차량 운전자가 피해차량 운전자를 향해 욕을 하고 갔고, 피해자가 이에 항의하려고 차를 타고 쫓아갑니다. 한 5백미터 떨어진 주택가 골목길에서 가해차량 운전자가 차를 세웠고, 피해자가 차에서 내린 뒤 가해자 차량 앞으로 다가가 항의를 했죠. 그러자 가해자가 차를 후진했다가 급가속하면서 전진해서 피해자를 들이받아 넘어트린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사고 충격으로 피해자는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더라구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고의로 차를 몰아 상해를 입한 경우, 판례에서 차량을 흉기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 역시 교통사고가 아닌, 흉기를 이용한 중상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입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형량은 3년 이상의 징역형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난번 삼단봉 사건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당시 사건도 큰 충격을 줬죠. 삼단봉이라는 흉기를 소지하고 다녔고, 정차해 있는 피해차량으로 다가와 앞 유리가 파손될 정도로 삼단봉으로 내리치는 모습 등이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그 사건은 직접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지는 않았죠. 그런데 이번 사건은 사람을 대상으로 고의적인 공격을 해서 직접 중상해를 입혔기 때문에 훨씬 중한 범죄입니다. 삼단봉 피의자는 구속돼서 현재 재판 대기 중이죠. 보도 내용이 사실일 경우, 이번 차량돌진 가해자는 당연히 구속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혹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까? 워낙 믿기 어려운 일이라서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현재로선 보도내용만 보면, 피해자의 이야기와 블랙박스 영상만 있는 상태니까요, 제3의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보도된 내용 속 영상은 뚜렷한 조작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경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가해자의 진술, 제3의 목격자 확보, 인근에 설치된 CCTV 영상, 다른 차량 블랙박스 등 방증이 모두 확보되면, 피해자의 가해자 공격 여부, 쌍방 폭력 여부 등 추가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포함해 종합적 사실관계가 파악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이 두 사건 말고도 운전 중 시비로 가스총을 사용한 적도 있구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피해자는 진짜 총으로 알고 경찰에 신고를 했죠.

▷ 한수진/사회자:
출동한 경찰차를 들이받거나 가게로 돌진하고, 운전 중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일들이 최근에 부쩍 많아진 것 같아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렇습니다. 과거에도 있긴 있었습니다. 운전 중 시비로 앞을 막고 급제동을 한다든지, 운전자들끼리 “내려라, 따라 와라” 시비를 하는 일들을 도로에서 많이 봐왔죠. 그런데 최근에는 그 수가 너무 많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폭행을 가하고 상해를 입히는 극단적인 사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CCTV나 블랙박스 등의 설치증가로 과거에 비해 이런 사건들이 많이 알려지고 충격적인 영상들이 방송되면서 더 많이 알려지고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현상을 '로드 레이지(road rage)'라고 한다면서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road rage’라는 용어는 신조어입니다. 198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 방송국 KTLA에서 처음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당시 LA 지역 고속도로 상에서 운전 중 시비 끝에 연쇄적으로 총격사건이 발생하자 붙여진 이름인데요. 이후 1990년대 초반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서, 위협운전과 위험한 운전행위를 처벌하고 로드 레이지 끝에 사람이 사망하면 교통사고가 아닌 '차량을 이용한 살인'이란 새로운 죄명, 일명 '로드 레이지 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현상이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로드 레이지의 배경이 뭐냐, 일단 해당 운전자들의 분노조절 장애, 성격적 문제가 있구요. 해당 도시나 사회의 교통체증 등 도로 환경 문제, 여기엣 덧붙여서 경제난이나 취업난, 채무증가 등 사회적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군요. 또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한다고 했는데, 좀 구체적인 설명이 가능할까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우선 삼단봉 등 무기를 소지하고 다닌다든지, 평소 급발진 급제동, 그리고 마치 레이싱하듯이 다른 차와 경쟁하며 운전하는 습관을 가진 분들은 일단 '로드 레이지'를 일으킬 수 있는 성격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가정불화나 취업난, 채무변제 압력, 직장 내 갈등 등의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경우 "누구든 걸리기만 해 봐라" 하는 로드 레이지 준비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에서 아주 사소한 운전 중 시비도 불을 붙이는 촉발요인,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죠. 공통적 특성 중 하나는 차량과 자기를 동일시한다는 거예요. 자기 인격을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자존감과도 연관이 있을까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마치 차가 자신의 분신인 양 생각하면서 다른 차가 양보를 하지 않거나 끼어 들거나, 상향등을 켜거나 손가락질을 하거나 하게 되면, 마치 자신의 면전에 대고 쌍욕을 한 것과 같은 모욕감, 자존감의 손상 같은 것을 느끼게 되면서 분노가 폭발하는 것이죠. 일단 분노가 폭발해 극도의 흥분 상태가 되면 촬영이 되고 증거가 남고, 자신이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등의 합리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현상을 '도로위의 분노', 로드 레이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차량에 '나는 잠재적 로드 레이지 상태입니다'라고 써 붙이고 다니지도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합니까?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우선 경찰 교통단속의 방향을 사소한 법규위반으로부터 위험한 운전 쪽으로 확실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로드 레이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그 전조가 보이는 운전행위에 대해 거의 예외없이 단속한다는 메시지가 모든 운전자들에게 전파가 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위험운전'을 한 사람들에겐 다시는 재범하지 않도록 확실한 교육 내지 필요할 경우 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이나 가족이 분노 조절을 잘 못하거나, 위험한 운전을 상습적으로 하고 있는 경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가서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이었습니다.

▶ '차로 들이받고 발길질'…도로 위 다툼 극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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