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근 씨가 해군 참모총장이던 2008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 행사 때 정 씨의 장남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STX 엔진의 돈 7억원이 흘러 들어갔습니다. 정 전 총장 아들 역시 해군 장교 출신인데요. 그의 회사가 관함식 때 요트대회를 열었고 함정 엔진 제조업체인 STX 엔진은 요트대회를 광고로 후원했습니다. 해군 함정 엔진 만드는 회사가, 해군이 주최하는 큰 행사에서, 해군 참모총장 아들이 여는 이벤트에 큰 돈을 댄 것입니다. 그해 12월 STX 엔진은 735억원 규모의 해군 고속함 디젤엔진 등을 수주했습니다. 기가 막힌 구도입니다.
● 비리 덮었나? 못찾았나?
대전 지검 특수부는 2010년 전역한 정옥근 씨를 이듬해 봄 수사합니다. 2008년 정 씨 아들 회사로 흘러들어간 STX 엔진의 돈 7억원의 흐름과 지급 사유 등을 캤습니다. 그런데 당시는 MB 정권이었고, 정옥근 씨는 MB가 임명한 해군 참모총장이어서 그랬을까요. 수사 결과는 없었습니다.
그해 2월 먼저 정옥근 씨를 내사한 쪽은 대검 중수부입니다. 대검 중수부는 광범위한 내사 자료를 대전 지검으로 넘겼습니다. 거물 잡기가 전공인 대검 중수부가 한 해 전에 해군 참모총장을 지낸 거물의 수사를 지방으로 내려 보낸 것부터가 수상합니다.
● 軍 비리 키우는 검찰
검찰이나 군 검찰이 엄정하게 군 비리를 수사해 왔으면 지금 같은 방산비리 사태는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어지간한 비리는 그냥 눈 감아주기 일쑤였으니 돈 맛에 길들여진 장교들은 검찰 수사를 무서워할 리가 없습니다. 방산비리의 상징인 통영함이 엉터리로 건조되던 시점도 정옥근 씨가 해군 참모총장 취임해서 전역하고 수사받던 때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왜 검찰들은 비리를 덮고 넘어갔을까요? 그 원인을 수사하는 편이 방산비리를 근절하는 빠른 길일지도 모릅니다. 방산비리 합수단은 흘러간 옛 노래같은 사건, 벗은 군복 색 바랜 지 오랜 예비역들 건드리느니 먼저 지금 하고 있는 수사가 과거에 중단된 이유를 캐보십시오. 거악(巨惡)은 그 곳에 웅크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정옥근 씨 수사하다 멈춘 장본인, 현재 방산비리 합수단에 있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