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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연의 썸풋볼] '숙제' 대하는 맨시티와 아스날의 자세

[한범연의 썸풋볼] '숙제' 대하는 맨시티와 아스날의 자세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경기였다. 맨시티는 첼시와의 우승 다툼에서 확실한 우위를 내어주게 되었으며, 중원과 중앙수비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반면 아스날은 전력 외로 분류하였던 선수들이 오히려 급성장, 기존의 주전을 밀어내고 첫 번째 옵션으로 자리 잡으며 한층 힘 있는 스쿼드를 갖게 되었다.

맨시티가 바라던 경기의 양상은 뚜렷했다. 페르난두-페르난지뉴를 앞세워 힘과 높이에서 아스날을 압도한 뒤 나바스의 빠른 발을 노린 전개를 선택했다. 그러나 맨시티의 패착은 여러 방면에서 드러났다.

1. 정상 컨디션이 아닌 콤파니.

콤파니의 발은 자신의 판단을 따라가지 못했다. 발은 움직이지 못한 채 마음이 앞서다 보니 페널티 킥을 허용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맨시티는 콤파니가 없거나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닐 때 수비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망갈라를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수비는 여전히 고민거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콤파니의 컨디션 저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콤비와 중앙수비의 간격 유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맨시티가 아스날을 상대로 지금껏 더 높은 수준의 스쿼드를 자랑해왔으며, 홈 경기였음을 생각하면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지만, 아스날의 빠른 발과 콤파니의 컨디션을 고려해 수비라인을 적극적으로 올릴 수도 없었다. 이러한 전술적 고민은 곧바로 경기장에서 드러나게 되어 전진 압박을 계속하던 페르난두-페르난지뉴 콤비와는 달리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중앙수비수들이었고, 그 사이 간격은 아스날의 산체스에게 좋은 공략 포인트가 되었다. 만약, 아스날의 지루가 더 좋은 볼 터치와 패스를 보여줬다면 아스날은 역습 상황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2. 왜 맨시티는 램파드를 갈구하는가.

페르난두와 페르난지뉴는 강력한 수비를 구사할 수 있지만, 경기를 조율하고, 특히 속도감을 살려 좌우로 크게 찢어주는 패스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 맨씨티의 입장에서는 나바스의 속도를 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바스에게 연결되는 패스는 대부분 충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거나 속도를 살릴 수 있는 패스가 아니었다.
페예그리니는 맨시티의 덩치 큰 미드필더들이 아스날의 카솔라, 산체스 등 작은 선수들을 짓누르고, 아구에로로 하여금 메르테사커를 벗겨내길 바랐을 테지만 오히려 아구에로가 메르테사커와 코시엘니의 긴 다리에 막히는 한편, 큰 덩치를 자랑하던 미드필더들은 속도 싸움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나아가 맨시티가 아구에로에게 투입하는 패스는 대부분 아구에로가 아스날의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경합을 벌이며 받도록 연결되었다. 좀 더 빈 공간을 공략하지 못한 아구에로의 책임도 있겠으나, 맨시티 미드필더들의 패스 전개가 가장 큰 원인이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근래 부상으로 신음해온 야야 투레의 기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수비형 미드필더 이외에도 공격 부분의 새로운 옵션을 찾아봐야 할지도 모른다. 전성기가 지났음에도 램파드를 눌러 앉히려는 모습에서 그들이 원하는 유형을 쉽게 알 수 있다. 단순히 스스로 빠른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의 속도를 올려줄 수 있는 선수. 그런 선수 어디서 살 수 있을까?

3. 왼발은 거들지도 않는 나바스

경기장에 있었는지 알기도 어려웠던 밀너와, 아스날에서 미련 없이 내어준 이유를 증명한 클리쉬가 이 경기 최악의 선수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정말 맨시티를 좌절시킨 것은 오른쪽의 헤수스 나바스였다. 물론 나바스에게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지체되어 아스날의 왼쪽 풀백 몬레알이 준비할 시간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자리를 잡고 대비하고 있던 몬레알을 상대로 나바스는 오로지 오른쪽 돌파와 오른발 크로스만을 고집했다. 그 결과 크로스는 대부분 몬레알의 발에 막혔고, 혹 박스 안으로 투입되더라도 단신의 아구에로가 코시엘니와 메르테사커 사이에서 머리를 맞힐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맨시티의 강한 압박으로 인해 아스날도 적잖은 실수를 저질렀기에 맨씨티는 많은 공격 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만, 공격 루트는 너무 단순했고, 그 책임은 상당 부분 나바스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4. 아구에로와 제코

페예그리니는 올 시즌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그는 좋은 감독이지만 가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고, 또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다시 실수를 저지른다.
좋은 돌파력을 가졌지만, 플레이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크로스 일변도인 나바스를 투입할 것이었으면 차라리 제코가 더 좋은 파트너가 되었을 것이다. 제코가 있었다면 나바스는 구태여 몬레알을 확실히 제치고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지도 않았을 테고, 상대 수비와 간격만 벌린 후 적당한 크로스를 올리기만 해도 위협적인 상황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굳이 아구에로를 쓸 생각이었으면 오른발보다는 왼발을 쓰는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더 알맞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엔드라인을 향한 돌파를 즐기는 유형보다는 안쪽으로 들어오는 선수가 더 맞을지 모른다. 물론 이에 부합하는 선수가 없었다고 항변할지 모르나, 제코를 살려줄 수 있는 선수가 나바스이고, 나바스를 살려줄 수 있는 선수가 제코임을 고려하면 계속되는 단순한 공격 패턴을 바로잡기 위해 선택한 것이 나바스를 빼고 제코를 넣는 교체임은 이해하기 어렵다.
제코가 투입된 이후 맨시티의 포메이션은 무엇이었을까? 제코와 아구에로의 투톱을 이용한 4-4-2도 아니고, 제코를 원톱으로 둔 4-3-3도 아니었다. 요베티치가 아구에로와 실바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역시 이 혼란함의 한 몫을 담당했다.

아스날은 적지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상위권 팀을 상대로 원정 경기에서 오랜 기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아쉬움을 벗어내는 한편 그동안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도 상대팀이 비교적 약체였다는 이유로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던 유망주들이 아스날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게 된 발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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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래 가장 성공적인 4-1-4-1

파브레가스가 여전히 아스날의 주축일 때까지만 해도 벵거 감독이 애용하던 4-1-4-1이지만 수년간 아스날이 4-1-4-1을 선택할 때마다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와 함께 앞 선에 위치한 동료들의 약속된 수비가담이 필수적인 이 포메이션에서 아스날은 그동안 이를 충분히 소화해낼 만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었다. 알렉스 송은 지나친 공격가담 욕심과 느린 패스 타이밍으로 인해 위기를 초래하기 일쑤였고 아르테타는 홀로 이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강력한 몸싸움을 보유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아스날에 입단할 시점에서 이미 신체 능력이 하락세에 있었다.
맨시티를 상대로 선전한 코클랭은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눈에 띄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플라미니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나머지 두 미드필더 파트너의 공간 분담이 확실해지며 손쉽게 맨시티의 미드필더진을 압박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

위 그림에서 보듯 4-3-3에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 대각선을 이루며 패스와 압박을 쉽게 만들어나가는 한편 지속해서 센터백 앞에 두 명의 미드필더를 유지해 주었다. 하지만 4-1-4-1로 변형될 때 수시로 자리를 이탈하던 플라미니로 인해 아스날의 중앙수비수 앞은 비어있거나 한 명의 미드필더일 때가 많아 위기를 자초하는 면이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코클랭은 자신의 분담 공간을 확실히 지켜주며 수비 시 아스날 진영에서 수적인 우위를 놓치지 않게 만들어 주었고, 이는 승리로 연결되었다.

2. 아스날의 보물, 카솔라

아스날로 하여금 외질의 공백이 아쉽기는커녕 오히려 비싼 몸값을 치른 외질에게 내어줄 자리가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카솔라는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아스날의 공격은 산체스로 시작해 산체스로 끝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의존도가 높은데, 산체스의 활약에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바로 ‘그가 상대편 골대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공을 받을 수 있는가’이다. 아스날의 패스 전개가 미진해 산체스가 직접 아래까지 내려와 공을 잡아야 하는 경기 양상이 되었을 때는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반면 그가 패스를 받은 지점이 상대편 골대와 가까워질수록 괴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최대한 공을 박스 근처까지 운반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는 당연히 카솔라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덩치를 자랑하는 맨시티 선수들 사이에서도 몸의 균형을 잃지 않는 유연함과 더불어, 지난날 약점으로 꼽혔던 느린 패스 박자 역시 보완하며 그야말로 아스날의 살림꾼으로 거듭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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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적 대상도 다시보자.

사실 베예린과 코클랭은 아스날의 미래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알려져있다. 뛰어난 공격력에 비해 취약한 수비력을 지적 받던 베예린은 지난 날 사냐와 젠킨슨, 올 시즌 드뷔시와 체임버스에 이어 늘 세 번째 옵션이었고, 피치 못할 경우에만 투입되던 전력외 선수로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드뷔시의 부상과 더불어 느린 발로 인해 약점을 노출한 체임버스의 부진을 틈타 기회가 주어진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드뷔시가 복귀해도 경쟁을 할 수 있을 듯한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수비에서도 악착같은 모습을 보이는 한편 좋은 풋워크를 토대로 상대의 움직임에 빠르게 대처하는 등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코클랭은 이미 시즌 전에 계획에서 배제되어 완전 이적 조건을 포함한 임대를 떠났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아르테타의 부상과 플라미니가 보여준 수준 이하의 경기력이 계속되자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복귀시켰던 벵거 감독에게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코클랭의 복귀가 그를 꾸준히 기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아르테타의 복귀, 혹은 새로운 미드필더의 영입이 이루어질 때까지 구멍을 메워달라는 의미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벵거 감독이 그가 아스날의 주요 전력이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공식적으로 표할 만큼 선전을 하고 있다.
이제는 아스날의 가장 중요한 전력으로 발돋움한 카솔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외질의 영입으로 인해 출전 시간이 줄어들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던 카솔라는 이적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이라는 소문도 떠돌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의 이적 소식이 들리는 등 많은 이들이 카솔라가 포돌스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카솔라는 오히려 외질보다 굳건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으니 그라운드 위에서의 인생역전은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양 팀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극단적으로 다른 양상의 움직임을 보였다.
아스날은 곧 폴란드 출신의 17세 장신 미드필더 비엘릭과 계약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잠재력을 보이는 유망주와의 계약을 싫다 말할 팬은 없을 테지만, 아스날의 팬들은 더 이상의 영입이 없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맨시티를 상대로 원정을 떠나 기대 이상의 수확 하면서 팬들의 마음은 복잡해졌을 것. 벵거 감독의 성향상 오늘의 경기력에 만족하고 이적시장에서 발을 뺄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더불어 현재의 전력으로도 충분히 챔피언스리그행 티켓을 따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맨시티는 네이션스컵 출전으로 한동안 출전이 불가함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비싼 몸값을 치르고 스완지 시티의 보니를 데려왔다. 그러나 보니가 맨시티가 가장 필요로 하는 유형의 선수일지는 의문이다. 보니의 이적으로 인해 누군가는 맨체스터를 떠나야 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대상이 보니와 비교해 미련없이 보낼 수 있을 정도의 격차가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거듭되는 부상 및 국가 대표팀 차출로 인해 전력의 공백이라는 숙제를 맞은 두 팀이 제출한 답과 그 결과는 극명히 갈렸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여전히 남은 시간 동안 숙제를 계속 풀어나가야 하기에, 언제 어떤 등장을 보여줄지 모르는 신데렐라의 존재에 대한 기대를 거둘 수 없는 프리미어 리그의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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