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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일간지 '샤를리 에브도' 편집판 발행 파문

경찰, 신문 검열 후 배포 허용…신문사에 살해 협박 쇄도

터키 세속주의 성향의 일간지 줌후리예트가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의 편집판을 발행해 파문이 일고 있다.

터키 경찰은 14일(현지시간) 이슬람에 뿌리를 둔 집권당과 대립하는 논조로 유명한 줌후리예트의 인쇄소를 급습해 편집판을 검열했으며, 줌후리예트에는 살해 협박 전화가 쇄도했다.

줌후리예트는 온라인판에서 경찰이 이날 새벽 1시께 이스탄불의 자사 인쇄소를 급습해 신문을 실은 화물차들의 운행을 중단시키고 40분 동안 신문을 검열했다고 밝혔다.

줌후리예트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희생된 샤를리 에브도를 지지하기 위해 이 잡지의 최신호를 4쪽짜리로 편집한 섹션을 신문에 포함해 배포하겠다는 방침을 전날 밝혔다.

경찰은 이 편집판에 논란이 된 예언자 무함마드를 묘사한 표지 만평이 실리지 않은 것을 확인한 검찰의 지시에 따라 배포를 허용했다.

앞서 줌후리예트의 우트쿠 차크르외제르 편잡국장은 전날 밤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장시간 논의한 끝에 이 잡지의 표지 만평은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샤를리 에브도는 공개한 대로 이날 발간한 최신호 표지에 "다 용서한다"(TOUT EST PARDONNE)는 제목에 무함마드가 눈물을 흘리며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고 적힌 종이를 든 만평을 실었다.

줌후리예트는 예언자들의 형상화를 금지한 이슬람교리를 어겨 모독 논란이 제기된 이 만평을 편집판에서는 제외했지만 본지의 칼럼에 삽화로 사용했다.

히크메트 체틴카야 칼럼니스트는 칼럼에서 "나에게 물어본다면 이 만평은 선지자 무함마드와 관련이 없다고 답하겠다"며 "이것은 인본주의와 정의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줌후리예트의 한 직원은 터키 언론에 이날 회사로 살해 협박이 수백 건 쇄도했다고 말했다.

터키 트위터 사용자들은 경찰이 줌후리예트를 급습한 것에 항의하면서 샤를리 에브도를 지지한 문구를 차용해 '내가 줌후리예트다'(JeSuisCumhuriyet)라는 문장에 해시태그(#)를 달았다.

온라인 이슈를 분석하는 업체인 키홀닷코에 따르면 이날 정오까지 줌후리예트를 지지하는 해시태그는 80만건이 넘었다.

그러나 '샤를리 에브도는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면 안 된다'는 뜻의 터키어 문장에 해시태그를 단 트위터 글은 같은 시각 140만여건으로 더 많았다.

터키 일간 휴리예트는 샤를리 에브도 발행에 반대하는 해시태그는 친정부 성향의 트위터 사용자와 자동으로 트윗하는 이른바 '봇(bot) 계정'의 도움으로 세계 3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 신문사 사옥 주변에 진압 차량을 배치하고 임시 차단벽을 세우는 등 경비를 강화했다.

반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이슬람주의 학생들 몇 명이 전날 줌후리예트의 앙카라 사옥 밖에서 샤를리 에브도 편집판 발행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터키 경찰은 이날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계열의 폭스TV 방송차량이 앙카라 사옥 앞에서 괴한이 던진 물체에 차량 유리창 등이 파손돼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머독은 지난 10일 트위터에 프랑스 테러 사건과 관련한 책임을 이슬람 신자가 져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비난을 받았다.

한편, 터키 동부 디야르바크르 지방법원은 이날 샤를리 에브도 표지 만평을 게제한 웹사이트의 접속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얄친 아크도안 부총리는 이 결정이 나오기 직전 트위터에 "무슬림의 신성한 가치를 무시한 이들은 선동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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