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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한은은 외환시장의 차르…위기시 환율관리 부적격"

강만수 "한은은 외환시장의 차르…위기시 환율관리 부적격"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1997년과 2008년 두 차례의 금융위기 대응 과정을 회고하며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내부 갈등과 싸우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밝혔다.

위기 극복을 위해 기재부 장관 재직 당시 밀어붙인 고환율, 법인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경감 정책이 결국 올바른 방향이었지만 정치권과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위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환율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면서 한은은 외환시장의 '차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전 장관은 5일 출간된 비망록인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 실록'(삼성경제연구소)에서 장관 재직 당시 펼쳤던 고환율·감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는 "지나치게 고평가된 환율을 정상화하고 경제국보다 높은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것을 재벌 봐주기로, 과도한 소득세율 인하나 정치폭력 같은 종합부동산세 경감을 두고 부자 감세로 매도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중에 영합하면 미래가 없다", "국민의 비판에 굴하지 않고 나라를 위한 길을 가야 하는 것이 관료"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부 차관이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기재부 장관으로 경제정책을 이끌었다.

강 전 장관은 환율에 대한 논란에서 촉발된 장관 퇴진 압력을 공직생활에서 가장 가슴 아픈 기억으로 꼽았다.

환율이 무너지면 모든 경제정책이 실효성을 잃는다면서 '환율 주권론'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환율의 적절한 관리는 소규모 개방경제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방어권이고, 누가 어떤 압력을 넣어도 포기할 수 없는 주권"이라고 했다.

장관 재임 당시 갈등을 빚은 한국은행에 대해서는 두 차례 금융위기 당시 환율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외환시장의 절대군주 차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강 전 장관은 "2008년 당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50원을 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그런데 이성태 전 한은 총재는 한 포럼에 나가 적정환율을 970∼980원이라고 발언해 하루에 원·달러 환율 을 20.9원 떨어뜨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은이 1997년 외환위기를 앞두고서도 원·달러 환율 890원이 마지노선이라고 버텼다"면서 "한은은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과 맞지 않는 실질실효환율을 고집하고 금리도 세계가 다 내리는데, 우리만 올리고 있었다"고 했다.

강 전 장관은 "정상적일 때는 몰라도 위기를 앞두고 환율을 중앙은행에 위임해서는 안되고 더구나 시장에 맡겨서도 안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환율 정상화, 금리 인하, 38조원의 재정투입, 35조원의 대규모 감세정책 22조원의 4대강 프로젝트 등의 공격적 재정금융정책을 꼽았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의 기초인프라 건설을 위해 다른 대안이 별로 없었다"면서 "아직은 자전거 길 조성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 주변에 많은 관광 레저 산업이 들어서면 내수산업의 진작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많은 기여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강 전 장관은 현재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정치적 갈등과 경제적 양극화를 꼽았다.

정치적 갈등은 타협 없는 대립, 다수결의 파괴를 불러와 '불임 정치'를 낳고, 경제적 양극화는 저투자, 과도한 가계부채, 전투적 노조를 불러와 '저성장 경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이후 내리막길을 걷느냐, 아니면 2050년 세계 최고의 부국이 되느냐는 앞으로 10년간 어떤 전략으로 가느냐에 따라 달렸다"면서 가장 먼저 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은 법의 지배밖에 없다"며 "정서법과 떼법, 무법과 불법이 난무하는 '정글의 지배'는 위력과 비용이 너무 크다"고 했다.

저성장과 양극화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일본과 같은 길을 간다면 2015년 한국 경제가 피크라는 어두운 예측이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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