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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보건장관 '부유층 불법낙태' 논란으로 사임

칠레 보건장관이 부유층의 불법낙태 실태를 비난했다가 논란이 되자 사임했다.

31일(현지시간) 칠레 언론에 따르면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부유층에 불법낙태 수술이 만연해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엘리아 몰리나 보건장관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였다.

지난 3월 바첼레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각료가 사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몰리나 장관은 칠레 일간지 '라 세군다'와 인터뷰에서 "보수 성향의 부유층 상당수가 고급 병원에서 자신의 딸에게 낙태수술을 해주고 있다"면서 "부자들에게는 낙태 금지법이 아무 소용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부유층은 물론 종교계와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했고, 몰리나 장관은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몰리나 장관은 현지 TV 방송에 나와 "바첼레트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사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칠레에서 낙태는 매우 민감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칠레에서는 1931년부터 치료 목적에 한해 낙태가 허용됐다. 그러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1973∼1990년)은 1989년 보건법을 개정해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했다.

낙태수술을 하다가 적발되면 환자와 시술자 모두 징역 3∼5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2012년에는 낙태 금지 조항을 완화하는 법안이 의회에 3건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지난 5월 제한적인 낙태 합법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첼레트 대통령이 말한 제한적 합법화는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나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때,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낮은 때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는 71%가 제한적 낙태 합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수우파 진영은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태어날 생명에 사형을 선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제한적 합법화 논의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중남미에서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는 국가는 칠레와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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