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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치판 뒤바꾼 베이징 도심의 '페라리 사고'

중국정치판 뒤바꾼 베이징 도심의 '페라리 사고'
최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링지화가 부패혐의로 체포되면서 수년 전 베이징 도심에서 발생한 의문의 '페라리 사고'가 중국언론을 통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홍콩언론 등은 일찌감치 이 사고의 주인공이 링지화의 아들 링구(당시 24세)라고 전하며 내막을 다룬 바 있지만, 그동안 쉬쉬해온 중국언론까지 이 사건에 주목하기 시작함에 따라 소문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날지 주목됩니다.

중국 내에서는 여전히 '의문의 페라리 사고'로 불리는 이 사건은 2012년 3월18일 오전 4시10분 베이징 북쪽의 중관춘(중국의 IT단지) 부근에 있는 바오푸쓰교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이 교각 근처를 지나던 검은색 페라리 스포츠카가 갑자기 통제력을 잃고 다리에 강하게 부딪히고 나서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차 밖으로 튕겨져나온 20대 남성이 사망하고 동승자인 여성 두 명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 사고에 대한 중국언론의 짤막한 보도와 참혹한 현장을 촬영한 사진은 중국 인터넷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사고에 대해 '푸얼다이'(부유층 2세)가 음주운전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았지만, 중국언론은 사고 내막까지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공안당국 역시 조사상황에 대해 함구했습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중국경제주간 30일(현지시간) 링지화 조사 사건을 심층조명한 기사에서 '기존 보도', '항간에 떠도는 소문' 등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당시 페라리 사고로 사망한 인물은 링구"라고 보도했습니다.

중국경제주간은 또 "(링구와 함께 탔던) 두 명의 여성은 옷차림이 단정치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관영언론의 이번 링지화 기사는 그동안 중화권 언론들이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해온 페라리 사고 관련 기사 내용이 신빙성이 높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9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페라리 사고의 주인공은 링구이며 이 때문에 차기 상무위원 진입설까지 나돌던 링지화가 좌천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SCMP는 당시 일부 중국언론도 링구가 차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검열이 취해지고 함구령이 내려져 보도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사고 운전자의 성이 '자'씨로 조작되면서 자칭린 당시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사생아라는 이야기가 떠돌았고, 탑승자들이 반나체 상태였다는 점 때문에 이들이 성행위를 하다 사고가 났다는 소문도 무성했다고 전했습니다.

SCMP는 자칭린이 이 사건에 대한 비밀조사를 진행해 운전자가 링구라는 사실을 밝혀낸 뒤 조사보고서를 자신의 정치적 후원자인 장쩌민 전 국가주석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중국경제주간은 이번 기사에서 이런 상세한 내용까지는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난) 페라리는 산시 성 당위원회의 전 상무위원이 (링구에게) 준 선물이며 차 구입비용은 산시성의 철강기업 산하 기업이 지불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중국의 개혁개방(1978년) 이후 당 중앙판공청 주임은 예외 없이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정치국원으로 승진했지만, 유독 링지화만 통일전선공작부장으로 좌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후진타오 정권에서 실세로 통했던 링지화의 정치인생이 뒤바뀌고 부패 혐의로 조사받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은 아들이 낸 의문의 페라리 교통사고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입니다.

중국경제주간은 또 링 부장은 페라리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베이징에서 열린 제13차 전국민정회의에 참석해 평소와 다름 없이 회의를 주재했다고 전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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