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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곰의 유쾌한 소동극…영화 '패딩턴'

사랑스러운 곰의 유쾌한 소동극…영화 '패딩턴'
루시 숙모에게.

숙모가 태워주신 배를 타고 우리의 고향 '머나먼 페루'에서 이곳 런던에는 잘 도착했어요.

전 걱정 마세요, 패스투조 삼촌의 말씀대로 만일을 대비해 모자 속에 '마말레이드 샌드위치'는 잘 가지고 있어요.

아, 제 영어 이름은 '패딩턴'이에요. 패딩턴 역에서 만난 매리 아줌마(샐리 호킨스)가 부르기 쉬운 이름이라며 지어주셨어요.

매리 아줌마가 갈 곳이 없는 저를 하룻밤 재워주기로 하셨어요. 매리 아줌마네 집은 제 맘에 쏙 들어요. 하지만 저는 이곳에서는 지낼 수 없대요.

'꽉 막히고 재미없는' 헨리 아저씨(휴 보네빌)는 위험 평가사인데 곰과 같이 살면 위험도가 4천% 높아진다면서 저를 '부모 잃은 어린 영혼'을 돌보는 곳으로 보내겠대요.

사실 그럴 만도 해요. 제가 첫날 목욕을 하려다 헨리 아저씨 집을 물바다로 만들어버렸거든요. 거기다 아저씨의 칫솔인지 모르고 귀를 시원하게 청소했더니 아저씨가 화가 많이 나셨어요.

그래도 매리 아줌마와 아들 조나단(사무엘 조슬린)은 제 편이에요. 조나단은 우주비행사가 꿈이래요.

매리 아줌마와 헨리 아저씨가 삼촌과 숙모가 예전에 만난 탐험가를 찾아주기로 하셨어요. 그때 그 탐험가 아저씨가 런던에 찾아오면 따뜻하게 돌봐준다고 하셨댔잖아요.

탐험가협회에 찾아갔는데 페루에 간 탐험가가 아예 없다고 해서 그 아저씨를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그래도 제 덕분에 '중2병'을 앓고 있던 까칠한 '주디'(매들린 해리스)는 마음을 열었어요. 제가 주디네 학교 앞에서 소매치기범을 잡았거든요. 사실 떨어뜨린 지갑을 주워주려고 쫓아가던 거였는데 운이 좋았죠. 저 신문에도 나왔어요. 아, 주디는 제가 가르쳐 준 곰의 말도 곧잘 따라해요.

헨리 아저씨도 변했어요. 저는 아저씨가 초등학교 입학식 때 입던 '떡볶이 단추'가 달린 코트를 물려받았어요. 샌드위치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도 있어서 아주 마음에 쏙 들어요.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생겼어요. 어떤 '코끼리처럼 생긴' 여자가 옆집 아저씨 '커리'(피터 카팔디)를 꾀어서 절 납치하려고 해요. 자연사 박물관의 박제사 '밀리센트'(니콜 키드먼)라는데 저한테 무슨 원한이 있는지 절 박제로 만들어버리겠대요.

너무 걱정은 마세요. 헨리 아저씨 가족이 제 곁에 있으니까요.

이번 '위기'를 넘기면 한국이라는 나라에 가보려고 해요.

'해리포터' 시리즈를 제작한 데이비드 헤이먼이 제가 런던에서 겪은 일을 영화로 제작해줬어요. 벤 위쇼라고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에 나온 배우가 헬멧까지 쓰고 제 목소리를 녹음해줬고요.

그나저나 한국에서는 제가 1958년 마이클 본드의 '내 이름은 패딩턴'을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는 걸 알고 있을까요? 제 자랑은 아니지만 나름 베스트셀러고, 꾸준히 새로운 시리즈도 나오는 데 말이죠.

한국에도 '패딩턴 프랑스에 가다'(1993), '패딩턴의 페인트칠 소동'(1999) 등이 나오기는 했다던데…. 그래도 영화로 나오는 건 처음이니까요.

루시 숙모, 저는 내년 1월 8일 한국에 도착할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도 저를 좋아해 줄까요?

추운 연말에 가족과 함께 보기에 딱 좋은 영화인데 말이죠. 95분 동안 저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행복해질 거라고 자신해요. 아마 다들 제 매력에 푹 빠질걸요?

물론, 제가 본의 아니게 종종 사고를 치긴 하지만요. 하지만, 맹세컨대 헨리 아저씨 부엌에 난 불은 제가 낸 게 아니에요. 이건 정말이에요.

그럼 또 편지할게요. 숙모가 만들어 주던 마말레이드 잼의 맛이 그립네요.

패딩턴 드림.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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