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 출석률이 높지 않습니다. 가끔 꼭 할 말이 있을 때만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는데,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김무성 대표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라거나, 후배인 김 대표를 배려한 행동일 것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그래서 정치부 기자들은, 회의에 서 최고위원이 나오는 날은 더욱 긴장하고 발언을 듣습니다.
박세일 전 의원은 2005년 한나라당 비례대표 시절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지지한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에 반발하며 비례대표 직을 던지고 탈당했고, 2012년 총선 때는 보수 정당인 '국민생각'을 창당해 보수표 분열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를 지지하며 전향하긴 했지만, 친박 그룹 입장에서는 '우리 편'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박 전 의원을 여당 정책의 핵심 생산처인 여의도연구원장 자리에 앉히려는 데 대해 서 최고위원을 대표로한 친박그룹이 정면 반발한 겁니다. 서 최고위원의 지적에 대해 김무성 대표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고 합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도와 당선에 기여했고, 이후 박 대통령으로부터 감사 전화도 받았던 일화까지 공개하며 인선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김 대표는 인재영입위원장과 국책자문위원장에 친이계로 분류되는 권오을, 안경률 전 의원까지 임명해 서 최고위원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 최고위원이 그간 최고위원회의에서 또는 제3의 경로를 통해 김무성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사례가 몇 번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지역 당협위원장을 선정하는 조직강화특위 위원을 선정하는 문제로 서 최고위원이 김 대표에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고, 그 결과 조강특위 위원 2명이 서 최고위원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로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당무감사를 놓고도 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그룹이 김 대표를 비판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의 정책과 노선, 혁신안 같은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경쟁하고 다툰다면 지금처럼 두 정치인의 싸움으로만 비춰지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두 거물 정치인이 공무원 연금 개혁 속도나 북한인권법 처리 의지 같은 정책을 놓고 논쟁을 벌인다면 어떨까요. 물론 정치는 사람이 하는 거고, 인사가 만사여서 어느 당직에 누구를 앉히느냐가 당의 정체성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정치가 타협의 예술이라고 한다면, 두 거물 정치인이 어느 자리에 누구를 앉힐 건지를 문제로 얼굴을 붉히기에는 한국의 경제나 정치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친박과 비박이 인사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경쟁하면서 언쟁하는 걸 기대한다면 너무 순진한 바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