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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극곰, 6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온난화가 원인?

[취재파일] 북극곰, 6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온난화가 원인?

“온난화로 북극곰들이 사라지고 있다”
“북극곰 개체 수 급감, 절반 가까이 감소...지구온난화 때문”
“북극곰 개체 수 급감...주요 서식지 1,600마리에서 900마리로 줄어, 이유는?”
“북극곰 개체 수 급감, 먹잇감 감소하면서 절반 가까이 줄어”

 
지난 11월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북극곰이 전 언론을 쓸고 지나갔다. 어떻게 해서 이처럼 엄청난 기사가 나온 것일까?
 
한국에 이 기사가 소개된 것은 18일 아침 외신(AP)에 ‘북극곰이 주요 서식지에서 사라지고 있다(Polar bears disappearing from key region)’라는 기사가 올라온 뒤부터다. 오전 10시쯤에는 국내 한 통신사에서 AP기사를 번역해“온난화로 북극곰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올렸다. 이후 북극곰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는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인터넷상으로 볼 때 거의 모든 언론이 이 기사를 다뤘다.
 
AP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배포한 보도 자료(참고문헌 참고)를 기초로 이 기사를 작성했다.
 
권위 있는 미국 지질조사국에서 보도 자료가 배포되고 AP 기사가 공개되면서 미국의 많은 언론들도 이 내용을 다뤘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보도 자료는 지질조사국과 캐나다 환경부 등이 공동으로 연구해 11월 17일‘생태학학 응용(Ecological Applications)’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Polar bear population dynamics in the southern Beaufort Sea during a period of sea ice decline.)을 소개한 것이다.
 
보도 자료는 연구팀이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쪽에 있는 남부 보퍼트 해(Southern Beaufort Sea)에 서식하는 북극곰의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21세기 첫 10년 동안 개체 수가 40% 정도나 급감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2004~2006년 사이 북극곰의 개체 수가 급감했는데 2004~2007년 사이 조사한 80마리의 새끼 곰 가운데 생존이 확인된 것은 2마리밖에 없다고 자료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2007년부터는 개체 수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2010년에는 개체 수가 900마리 정도가 된 것으로 자료는 적고 있다. (2004~2006년 사이에 급감했다가 2007년부터 증가한 것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개체 수가 급감하기 직전인 2004년과 2010년의 추정 개체 수만 비교할 경우 6년 사이에 40% 이상, 절반 가까이 급감한 꼴이 된다.)
 
연구팀은 이 시기에 북극곰의 개체 수가 급감한 원인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는 못하고 있다. 여름철 해빙(Sea Ice)이 감소하거나 해빙이 없는 기간에 북극곰이 먹이를 얻지 못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추정을 하고 있다. 특히 당시 북극곰의 주요 먹잇감인 물범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감소하던 북극곰이 2007년부터 다시 늘어난 이유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기사로 논문이 소개되면서 논문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언론에 대한 비판도 예외가 아니다. 논문에 대한 비판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제대로 연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언론에 대한 비판은 제대로 학인하지 않고 보도 자료와 통신 기사를 그대로 옮겼다는 것이다.
 
논문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의문점 몇 가지만 소개해보자.
 
우선 왜 2010년까지의 자료를 지금에서야 발표했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이 2014년인 만큼 2011년, 2012년, 2013년의 북극곰 개체 수 자료도 알고 있을 텐데 왜 그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2012년까지도 남부 보퍼트 해역의 북극곰 개체 수가 계속해서 증가했는데 북극곰 개체수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기관인 미국 지질조사국과 캐나다 환경부 등이 이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이다.

감소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최근에 개체 수가 다시 증가한 부분을 누락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다. 실제로 국제자연보호연합(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북극곰 전문가 그룹(PBSG, Polar Bear Specialist Group)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상의 북극곰 전체 개체 수는 2001년 21,500~25,000마리에서 2013년 현재 20,000~25,000마리로 별 변동이 없다. 지역별로는 매년 조금씩 변동은 있었겠지만 2000년 이후 13년 동안 전체적으로 볼 때 북극곰의 개체 수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연구팀이 조사한 10년, 아니 개체 수가 급감한 2004~2006년에 대해 해빙 면적 감소가 개체 수 감소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온난화로 인한 해빙 면적과 개체 수 감소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2년이 아니라 수십 년 정도의 긴 시간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논문에서도 해빙이 녹은 기간과 해빙 감소로 인한 서식지 감소를 조사했지만 2004~2006년 2년 사이의 개체 수 감소와는 아무런 연관성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2001~2010년 사이에서 해빙 면적이 기록적으로 줄었던 해는 2007년이다. 그런데 논문에 따르면 2007년부터는 공교롭게도 줄어들었던 북극곰이 오히려 늘어났다.
 
연구팀이 2년이라는 단기간에 개체수가 급감한 원인을 조사할 때 해빙이 녹는 여름철에서만 이유를 찾으려고 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단기간에 개체 수가 급감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기 전인 1960년대부터 10년에 한번 정도 나타났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온난화로 감소하는 해빙 면적만이 아니라 얼마든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974~1976년에 개체 수가 급감한 것은 해빙이 많이 녹은 여름철과 가을철이 문제가 아니라 해빙이 너무 두꺼워졌던 봄철이 문제였는데 연구팀은 해빙이 두꺼워지는 시기를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북극곰 개체 수를 추정하는데 사용한 모형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개체 수 추정 모형이 더 이상 과학적으로 유용성이 없는데도 여전히 모형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온난화로 북극곰 개체 수가 10년, 아니 6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기사를 쓰면 간단하고 겉으로 보기에도 그럴듯하고 충격적인 기사가 될 것이다. 기대했던 대로라는 반응이 나올지도 모른다. 원인을 온난화로 몰고 가니 더욱 그럴듯해 보일지도 모른다.

장기적으로 볼 때 온난화로 해빙 면적이 줄어드는 것이 북극곰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7년부터 급감했던 개체 수가 점차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는 사실과는 거리가 먼 기사가 된다. 때문에 한때 급감했던 북극곰 개체 수가 최근 다시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는 기사가 더 좋은 기사가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논문에 대한 이런저런 문제가 제기되면서 온라인에 발표됐던 논문 원본은 접근이 금지된 상태다. 온라인으로 접근이 허락된 기관과 사람도 이 논문만은 볼 수가 없다. 단순히 요약문만 남아 있다.
 
<참고문헌>
 
* Jeffrey F. Bromaghin, Trent L. McDonald, Ian Stirling, Andrew Edward Derocher, Evan S. Richardson, Eric Voth Regehr, David C. Douglas, George M. Durner, Todd Atwood, and Steven C. Amstrup. 2014: Polar bear population dynamics in the southern Beaufort Sea during a period of sea ice decline. Ecological Applications. ( http://dx.doi.org/10.1890/14-1129.1 )
 
* USGS 보도 자료, Southern Beaufort sea polar bear population declined in 2000s.
( http://www.usgs.gov/newsroom/article.asp?ID=4055&from=rss#.VH6gljGsXNE )
 
* Polar bear science ( polarbearscienc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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