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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 피하자"…부자들 뭉칫돈이 움직인다

"금융실명제 피하자"…부자들 뭉칫돈이 움직인다
금융실명제 강화를 앞두고 부자들의 뭉칫돈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은행 예금에서 돈을 빼내 비과세 보험, 금, 미술품, 현금 등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자산이나 금융상품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완연합니다.

'세 테크'가 부자들 재 테크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분위기입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562조 원으로 4월 말 555조2천억 원에 비해 6조8천억 원 가량 늘었습니다.

저금리 추세로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서민들의 입장에서 뚜렷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 정기예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주부 김모(40)씨는 "최근 2천만 원 어치 예금을 찾았는데 금리를 낮춰 다시 연 2.2%짜리 정기예금에 집어넣었다"며 "주식시장도 안 좋다는데 펀드 등에 집어넣기도 꺼림칙하고 별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부자들이 돈을 맡긴 고액 예금은 다른 추이를 보입니다.

하나은행은 10억 원 이상 돈을 맡긴 고액 예금자의 예금 총액이 지난 4월 말 7조6천억 원에서 10월 말 7조 원으로 6천억원이나 줄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4월까지 꾸준히 돈이 들어오다가 5월 이후 크게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4월 말 4조7천억 원에 육박했던 우리은행의 10억 원 이상 고액 예금 총액도 10월 말 4조2천여억 원으로 4천억 원 가량 줄었습니다.

9월과 10월에는 각각 1천억 원이 넘는 뭉칫돈이 고액 예금에서 빠져나갔습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10억 원 이상 고액 에금 총액도 1천억 원 넘게 줄어 5조2천여억 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시중은행 중 부자 고객 수 1~3위를 차지하는 하나, 신한, 우리은행의 고액 예금 감소는 지난 5월 초 국회를 통과한 후 이달 29일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금융실명제 개정안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차명 금융계좌를 사실상 완전히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 징역 등 형사 처벌까지 받게 하는 강력한 금융실명제가 시행되면서 차명계좌나 가족 간 분산 계좌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설명입니다.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의 박상민 팀장은 "금융실명제 개정안의 시행을 앞두고 증여세 감면 한도인 5천만 원을 넘는 자녀 명의의 예금을 어떻게 처분해야 하느냐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세테크'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히는 비과세 보험이나 금, 은 등의 판매 추이는 정기예금에서의 자금 이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1㎏당 5천만 원 가량인 골드바의 판매는 지난 1월 68㎏에서 지난달 132㎏까지 뛰어올랐습니다.

특히 4월 59㎏였던 판매량이 5월 94㎏으로 늘어나는 등 금융실명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5월부터 판매량이 급증하는 모습입니다.

실버바의 인기도 급상승해 지난 4월 470㎏이었던 판매량이 5월 740㎏으로 뛰어오르더니 지난달에는 1천㎏에 육박하는 980㎏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1천억 원 대 자산가인 A씨는 "까놓고 말해 부자들 중 금고에 5만 원 권이나 수표, 골드바 등을 쌓아놓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요즘에는 실명제 강화를 앞두고 비과세 보험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입증하듯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은 8월 2천651억 원, 9월 2천823억 원, 10월 3천526억 원으로 최근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세무사는 "최근 고객들의 문의가 많은데 불안하면 아예 인출해서 현금이나 금 등 실물로 보유하라고 권한다"며 "실명제 강화 취지는 지하경제 양성화지만, 과연 사람들이 그 취지대로 따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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