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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다른 헤이글' 오바마 행정부서 결국 하차

'DNA 다른 헤이글' 오바마 행정부서 결국 하차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내 유일한 공화당 출신의 각료인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오바마 대통령 임기를 2년 남기고 24일(현지시간) 결국 중도에서 하차했다.

2012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탕평인사' 차원에서 2기 임기 국방 수장으로 발탁됐지만, 2년간 오바마 대통령의 오랜 이너서클과의 호흡 맞추기에 결국 실패해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면서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주말께 헤이글 장관에게 사임 압력을 넣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헤이글 장관은 이라크와 시리아 내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한 격퇴 작전이나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하는 에볼라에 대한 대책 등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 및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데니스 맥도너 비서실장 등 핵심 측근들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오바마 행정부를 떠날 것이라는 소문은 지난 4일 중간선거가 치러지기 전부터 파다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외교·안보라인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안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정책적으로 엇박자를 내는데다 내부 알력까지 빚고 있다는 비판론을 소개하면서 대폭 물갈이설을 보도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하는 백악관 참모들과 정책을 실제로 집행하는 국무·국방부가 제대로 정책 주파수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에볼라 위기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와 IS에 대한 늑장 대응 논란이 오바마 2기 외교·안보팀의 물갈이설을 부추기고 있다"며 "여기에는 백악관 참모들과 존 케리 국무장관, 헤이글 국방장관 등 내각 멤버들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특히 며칠 전부터는 헤이글 장관이 오래전부터 예정했던 베트남 방문을 전격 취소하면서 그의 신상에 변동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더 설득력을 얻었다.

헤이글 장관은 그러나 지난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런 루머가 도는 데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기꺼이 봉직하고 있고 미국과 미군을 위해 지난 2년간 매일 일할 기회를 준 데 감사한다"며 "아침에 일어나면서 내 자리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헤이글 장관은 공화당 출신 대통령 집권 시절에도 보수주의자이면서도 각종 글로벌 현안에서 대화와 협상을 앞세우는 국제론자로서 정책에 줄곧 반기를 드는 등 독특한 행보를 이어왔다.

그가 국방장관에 지명돼 상원 인준을 받는 과정에서 공화당 옛 동료 의원들이 그를 '독립 공화당원' 또는 '이단아'로 규정하고 민주당 의원들보다 더 많이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1946년 네브래스카에서 4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난 헤이글은 16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족을 부양하기 시작했다.

라디오 디제이로 활동하던 23세 때인 1969년 동생과 함께 군에 입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해 부상당한 군인에게 주는 퍼플 하트 무공훈장을 2개나 받았다.

참전용사 출신인데도 반전 운동에 앞장서 한 인터뷰에서 "베트남전 참전 당시 내가 살아남아 정책에 영향을 미칠 위치에 오른다면 불필요한 전쟁을 피하려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 국가보훈처 '2인자'에 임명됐지만, 제대군인 연금 삭감 움직임에 반대해 1년 만에 스스로 물러난 일화도 있다.

헤이글 장관은 1996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당선돼 2002년 재선됐으나 2008년 불출마했다.

상원에서는 주로 외교 분야에서 활동했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의 일원으로 규정해 강력히 압박할 때도 미국과 북한 관계 개선을 위한 직접 대화를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가 밀어붙인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애초에는 이라크전 결의안에 찬성했지만,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이라크에 미군 추가 파병 등에는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법에 반대하는 등 유화 정책을 고수했고 "유대인들의 로비가 워싱턴 정가를 위협하고 있다"는 등 반(反) 이스라엘 발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공화당 소속이면서 유일하게 국방비 감축을 주장했고, 쿠바에 대한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의 DNA'가 부족하다며 공화당 주류 세력으로부터 소외당했던 헤이글 장관은 민주당에도 DNA를 섞지 못한 셈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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