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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낙뢰 급증…구름에 레이저를 쏴라

[취재파일] 낙뢰 급증…구름에 레이저를 쏴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낙뢰는 한해 평균 15만 번 정도나 된다. 특히 2007년에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24만 번이 넘는 낙뢰가 발생했다. 낙뢰는 기온이 높고 비가 자주 내리는 시기에 집중되는데 많게는 80~90%가 여름철에 발생한다.
취파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낙뢰 발생 횟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기온이 높고 비가 자주 내리는 여름철에 낙뢰가 많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갈 경우 낙뢰 발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그러면 낙뢰가 어느 정도나 늘어날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과 뉴욕대학 연구팀이 21세기에 낙뢰가 얼마나 늘어날 지 계산했다. 연구 논문은 최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됐다(Romps et al, 2014).

연구팀은 기온이 높고 비가 많이 내릴 때, 천둥번개가 치는 뇌운(雷雲)이 급격하게 발달할 때 낙뢰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낙뢰 발생 횟수를 추정할 수 있는 변수를 골라냈다. 선정된 변수는 비가 강하게 내리는 정도(강수 강도)와 강한 상승기류가 발생하면서 급격하게 뇌운을 발달시킬 수 있는 에너지[ CAPE, Convective Available Potential Energy ]다.

특히 뇌운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동시에 많은 비가 내릴 때 천둥번개가 많이 치는 점을 고려해 두 변수를 곱한 값(강수 강도 X CAPE)으로 낙뢰 발생 횟수를 추정했다. 실제로 이 같은 방법을 과거 뇌운 발달 상황과 낙뢰 발생 횟수에 적용한 결과 낙뢰 발생 횟수의 77%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전 세계 11개 기후 모형이 산출한 2100년까지의 기후 자료를 이용해 시기 별로 강수 강도와 뇌운을 발달시키는 에너지를 산출해 곱하는 방식으로 21세기 낙뢰 발생 횟수를 추정했다. 추정결과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낙뢰는 약 12%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와 같은 속도로 온난화가 지속돼 기온이 최고 4도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2100년에는 지금보다 낙뢰가 5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늘어나는 낙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여러 가지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직접 낙뢰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연평균 7명이 벼락을 맞아 사망한다. 2010년에는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에서는 벼락으로 발생하는 인명피해가 매년 1천 명 정도나 된다. 변압기 같은 전기 관련 시설이 벼락을 맞아 정전이 발생하기도 하고 신호등이 고장 나 차량 흐름이 엉망이 되기도 한다.

산불도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대형 산불의 절반 정도는 낙뢰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산불을 관리하는 당국은 반드시 급증하는 낙뢰를 고려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낙뢰는 대기의 화학 성분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번개 칠 때 만들어지는 고온에서는 대기 중 질소가 산소와 결합해 질소산화물(NOx)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질소산화물은 오존을 생성하게 되는데 오존은 온실가스인 만큼 결국 낙뢰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급증하는 낙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낙뢰를 피하거나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피뢰침을 잘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낙뢰 발생 자체를 억제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독일 공동연구팀은 최근 광학 저널(Optica)에 낙뢰를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발표했다(Scheller et al, 2014). 강력한 레이저에서 발사되는 빔을 이용해 뇌운 속에 분리돼 있는 전하가 땅으로 방전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주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특히 보조 레이저를 장착해 전하가 땅으로 방전될 수 있는 통로가 충분히 오래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아직은 실험실에서 성공한 단계지만 낙뢰가 발생하기 전에 수시로 뇌운에 강력한 레이저 빔을 쏴서 구름 속에 분리돼 있는 전하를 사전에 방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피뢰침을 발견한 것은 지난 1750년대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대기 중에 뇌운의 연료인 수증기가 늘어나고 공기가 부력을 더 얻게 될수록 낙뢰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260년 전 피뢰침 발견에 이어 이번에는 레이저로 급증하는 낙뢰를 얌전하게 길들일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참고 문헌>

* Romps, D., J. Seeley, D. Vollaro and J. Molinari, 2014: Projected increase in lighting strikes in the United States due to global warming. Science 346, DOI: 10.1126/science.1259100.

* Scheller, M., N. Born, W. Cheng and P. Polynkin, 2014: Channeling the electrical breakdown of air by optically heated plasma filaments. Optica 125, doi: 10.1364/OPTICA.1.0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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