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황병서 앞서 호명된 北 최룡해, '2인자'로 복귀했나

황병서 앞서 호명된 北 최룡해, '2인자'로 복귀했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장기간 칩거 이후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권부 내 위상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 소식 2건을 전하면서 최룡해를 황병서 군총정치국장과 박봉주 내각총리보다 앞서 호명했다.

중앙통신은 특히 이날 평양 '5월1일경기장' 준공식 소식을 전하며 최룡해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비서인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이라고 소개해 그의 독보적인 위상을 확인했다.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전원회의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 중앙위원회 명의로 당의 모든 사업을 지도하는 핵심 권력기관이다.

현재 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그리고 최룡해 비서 세 명뿐이다.

최 비서는 군총정치국장이던 올해 4월만 해도 공식 매체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호명됐으나 이후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나면서 상무위원 자리도 내놓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가 군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이후로는 공식 매체의 호명 순서상 최태복 당 비서에도 밀려 정치국 상무위원 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앙통신이 이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자축구경기 관람 소식을 전하며 최룡해를 황병서 총정치국장보다 먼저 호명한 것은 정치국 상무위원이라는 최룡해의 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통신은 이날 김 제1위원장의 군인식당 시찰 보도에서도 최룡해를 박봉주 내각 총리보다 먼저 호명해 그의 높은 위상을 보여줬다.

박 총리는 당 정치국 위원으로, 상무위원보다는 밀리지만 내각의 수장으로서 공식 매체 호명 순서에서는 그동안 김영남 상임위원장 바로 다음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앞서 중앙통신은 지난 26일에는 김 제1위원장의 평양 육아원·애육원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수행자 명단으로 최룡해를 김기남 당 비서보다도 먼저 호명한 바 있다.

선전선동 담당인 김기남 비서는 당 비서 중에서는 공식 매체의 호명 순서에서 가장 앞섰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 근로단체 담당 당 비서인 것으로 추정되는 최룡해가 당의 핵심인 조직담당 비서에 오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직담당 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겸직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당의 최고 요직이다.

최룡해가 최근 김 제1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에도 빠짐없이 동행하며 근로단체 담당 비서의 통상적인 활동 범위를 넘어서는 행보를 보인 것도 이 같은 관측과 맞물린다.

최룡해가 구체적으로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최근 공식 매체에서 확인된 위상으로 미뤄 그가 김정은 체제의 '2인자'로 다시 복귀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일성 주석과 항일빨치산 운동을 같이했던 최현의 아들인 최룡해가 김 제1위원장의 '백두 혈통'을 핵심에서 보좌할 것이라는 전망은 김정은 체제의 2인자로 통하던 장성택이 작년 말 처형됐을 때도 이미 제기됐다.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 당 부장이 최근 김 제1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을 수행한 점으로 미뤄 최룡해를 필두로 한 빨치산 혈통이 김정은 체제의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룡해 비서는 빨치산 혈통으로서 갖고 있는 확고한 정치적 입지를 바탕으로 향후 김정은 체제의 국정운영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복을 벗은 최룡해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보다 높은 위상을 과시한 것은 김정은 시대 들어 두드러진 당 우위의 국정운영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으로도 평가된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도 최근 북한이 김일성 시대의 '유격대 국가'에서 김정일 시대의 '정규군 국가'를 거쳐 김정은 시대에는 '당 국가' 체제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