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수업은 철저하게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이용하게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인들이 흔히 먹는 크로와상을 보고 만지면서 냄새를 맡고 마지막엔 먹어보게 한다. 학생들은 각각의 느낌을 기록하고 발표한다. 사과, 꿀, 향신료, 고기…수없이 많은 음식 재료가 수업 소재가 된다. 별 생각 없이 먹었던 요리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원재료의 맛과 향은 어떤지 배우는 것이다. 재료는 어떤 시기에 수확해서 먹는 게 좋은 지도 소개한다.
외국 음식도 가르친다. 올해는 일본의 ‘감칠맛’을 소개했다. 어린 아이들에게 일본 음식 재료를 보여주고 역시 오감으로 느끼게 했다. 가츠오부시(가다랑어 포), 다시마 같은 재료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생전 처음 본 재료와 맛이기 때문이다. 맛 주간에 프랑스 전통 음식을 알리는 게 기본이지만, 다른 나라 음식이라도 어려서 접하게 해 음식의 세계가 얼마나 다채로운지 알려주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맛 교육은 프랑스가 미식의 나라이기 때문에 늘 해온 것이 아니다. 25년 전 프랑스의 한 요리 비평가가 맛 수업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비평가는 당시 프랑스 아이들이 자기가 먹은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었다. 냉동식품, 가공식품, 즉석식품이 늘어나면서 포장만 뜯으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프랑스식 표현으로 땅(재료)과 접시(음식)가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 현실은 우리와 비슷했는데 프랑스는 반성하고 개선 방안을 찾았다. 민관이 힘을 합쳐 맛 교육을 시작해 ‘하루짜리’ 행사가 지금은 ‘주간’ 행사로 확대됐다.
프랑스식 맛 교육의 연륜이 쌓이면서 철학도 정립돼 가고 있다. 맛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펴놓고 이론 교육을 하자는 게 아니다. 어려서 눈, 코, 입 등 오감을 다양한 음식에 노출시키자는 것이다. 노출은 체험이며 기억으로 남아 언제든 꺼내 쓸 수 있게 된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이렇게 맛을 배우면 ‘좋은’ 음식을 사랑하게 되고 함께 대화하는 즐거움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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