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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 프로야구, 불후의 기록은?

[취재파일] 한국 프로야구, 불후의 기록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체코 출신의 세계적 작가인 밀란 쿤데라는 소설 <불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큰 불멸과 작은 불멸이 있다. 작은 불멸이란 사람이 죽은 뒤 그를 개인적으로 알던 사람들 사이에서 추억과 회상으로 남는 불멸이다. 큰 불멸은 위대한 인물이 죽은 뒤 그를 알지 못하던 사람들에게도 그가 이룬 위업으로 길이 기억되는 불멸이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큰 불멸'에 해당하는  대기록이 여러 차례 작성됐습니다. 사이영상으로 유명한 투수 사이영은 통산 511승이란 전설적인 위업을 세웠습니다. '철인' 칼 립켄 주니어는 17년 동안 단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2,632 경기에 연속 출장했습니다. 1941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드 윌리엄스는 타율 4할6리를 기록해 '20세기 마지막 4할타자'가 됐습니다.

 이런 엄청난 대기록보다 미국인들이 더 사랑하는 기록이 있습니다. 마릴린 먼로의 전 남편으로도 유명한 조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 안타입니다. 테드 윌리엄스가 꿈의 4할대 타율을 작성하던 1941년 그해 라이벌팀인 뉴욕 양키스의 디마지오는 56경기에서 매 게임 1개 이상의 안타를 쉬지 않고 때려냈습니다. 이 부문 역대 2위는 44경기인데 도박과 승부 조작혐의로 영구 제명된 피트 로즈가 세웠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깨지기 힘든 불멸의 기록은 무엇일까요?'라는 설문조사를 할 때마다 조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안타는 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와는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올해로 33년째를 맞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도 불멸의 기록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에는 백인천 선수 겸 감독이 전무후무한 타율 4할1푼2리를 기록했고 '불사조' 박철순 투수는 22연승의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바로 그 다음해에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장명부 투수가 무려 한 시즌에 30승이란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더군다나 당시에는 팀당 100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는데도 믿기 어려운 30승을 거둔 것입니다.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투수는 '꿈의 0점대 방어율'을 세 차례나 작성했습니다. 1986년에 0.99, 1987년에 0.89, 1993년에는 0.78로 신화를 썼습니다. 특히 1986년에는 200이닝 이상을 던지고도 방어율을 1점 미만으로 막았습니다. 2003년에는 국민타자 이승엽이 아시아 신기록인 한시즌 56개 홈런을 쏘아올려 국민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최근에는 넥센 히어로즈의 서건창이 사상 최초로 한 시즌 200안타(201개)를 돌파하며 유력한 MVP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백인천부터 서건창까지 하나같이 쉽게 깨지기 힘든 대기록들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조 디마지오의 기록을 으뜸으로 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누구의 기록이 가장 가치가 있는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만약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깨지기 힘든 불후의 기록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어느 쪽에 표를 던질 생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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