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레슬링협회, 회장 출연금 둘러싸고 내분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며 부활을 알린 한국 레슬링이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협회 내부의 분쟁에 휩싸였습니다.

올해 6월 취임한 대한레슬링협회 임성순 회장의 출연금 기탁 여부를 놓고 회장과 전무·사무국장 등 이사진 사이의 갈등이 폭발한 것입니다.

임성순 회장은 오늘(15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학열 사무국장과 김기정 전무이사 등 집행부가 협회 내에서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면서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금 지급을 강요했다"면서 "검·경 스포츠 4대악 비리신고센터에 이들의 행동과 관련한 고발장을 접수했고, 검찰에도 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임 회장의 지목을 받은 사무국장과 전무이사 등 집행부는 "출연금과 관련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직권을 남용해 부당한 지시를 했다"며 상벌위원회를 열고 회장 직무정지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갈등의 핵심은 임 회장이 아직 출연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자체 마케팅 등 수익 기반이 없는 대부분의 경기단체는 회장 출연금을 비롯한 각종 후원에 의존해 1년 예산을 운영합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출연금의 규모에 따라 협회의 살림살이도 달라집니다.

임 회장은 자신이 출연금을 내놓지 않은 이유로 "사무국장과 전무이사가 기부금 5억원 정도를 개인 회사에 임시로 대여해 달라고 부탁했고,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기부금으로 3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면서 7천만원을 영수증 없이 사용하겠다고 하는 등 투명성이 의심스러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임 회장은 아시안게임 도중 경기장에 접근하기도 어렵도록 집행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대로 사무국장과 전무이사 등 집행부는 회견장에 나와 "불투명한 회계를 요구했다는 회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협박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해 '진실 공방'을 예고했습니다.

집행부 인사들은 "상당한 재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회장으로 모셔왔는데, 실제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임 회장을 공격했습니다.

이에 반박하려는 듯 임 회장은 3억원어치 수표를 끊어 기자회견장에서 펼쳐보이며 "아시안게임에서 헌신한 선수들을 위한 포상금"이라며 "사무국장의 말대로 내가 '돈 한 푼 없는 사기꾼'이라면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임 회장은 회견에 참석한 레슬링협회 강경환 감사가 "회장께서 협회에 내는 것이 마땅한 돈"이라며 "협회를 믿지 못해서 낼 수 없다면 법원에 공탁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장과 집행부가 법정 공방까지 예고된 다툼을 벌이면서, 대한레슬링협회의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