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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평창 지역주민에 상처" 호된 질타에…'진땀'

문화체육관광부 이것 밖에 안되나?

 우리나라 정부 부처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문화, 체육, 관광은 물론 언론, 출판 같은 다양한 정책을 다룹니다. 서로 상반된 분야가 너무 많이 한 부처에 섞여 있다보니 부처의 통일성과 전문성면에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현재 김종덕 씨입니다. 하지만 김종덕 장관이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는데다 스포츠 분야 경력이 전혀 없어 한국의 스포츠 정책은 김종 제2차관과 우상일 체육국장 두 사람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개폐회식 장소 이전 문제에도 두 사람이 깊이 간여돼 있습니다. 

 어제 국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가 열렸습니다. 김종 제2차관은 감사가 시작되기 전에 여야 의원들과 인사만 나누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체육 부문을 대표해 우상일 국장만 현장에 있었습니다. 저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이 어떤 질문을 할까에 가장 관심이 쏠렸습니다. 염 의원은 강원도 평창 출신으로 지역구도 평창-정선-태백-영월이기 때문입니다. 예상대로 염 의원은 우상일 체육국장을 상대로 호된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장소의 강릉 이전설이 지역 갈등을 일으키고 평창 주민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었다며 문체부와 우 국장이 책임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염 의원은 우상일 국장이 모 방송사와 한 인터뷰 동영상도 공개하면서 마치 학교 교사가 학생을 꾸짖는 것처럼 심하게 질타했습니다. 평창 주민의 극심한 반발을 헤아릴 수 밖에 없는 염 의원으로서는 당연히 화가 날만한 사안이었습니다.
문체부 우상일_64

 우상일 체육국장은 이렇다할 답변을 하지 못한 채 쩔쩔 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본 기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안쓰러운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우국장은 장관도 차관도 아니었지만 어제 국감장에는 분명히 행정부를 대표해 참석했습니다. 집권 여당 국회의원의 질문 공세에 한마디도 제대로 답하지 못한 모습은 마치 대한민국 정부의 굴욕과 무기력을 연상케 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 절감을 위해 개폐회식장을 기존의 평창에서 강릉으로 옮기자는 것을 공식 제안한 것은 지난달 24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전면 백지화한 것은 지난 13일입니다. 정확히 19일 만에 중차대한 사안을 '없던 일'로 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쉽게 물러설 것이었다면 왜 문체부가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켰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도 예산절감을 위해 노력했다는 흔적 남기기'인지 아니면 '야당 도지사인 최문순 괴롭히기'의 일환이었는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어제 국정감사에는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지난주에 제기한 이른바 '문체부 관피아' 문제도 거론됐습니다. '셀프 연봉 인상'으로 논란을 빚은 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비롯해 많은 기관의 주요 보직을 문화체육관광부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한 '전관예우'와 '관피아' 폐지가 문체부 출신 관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장소 변경과 관련해 무능과 무소신을 함께 드러냈습니다. 야당도 아니고 일반적으로 '같은 편'으로 인식되는 여당 의원의 질타에 말 한마디도 못할 깜냥이라면 앞으로도 평창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입도 뻥긋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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