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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적은 2위, 기록 관리는 낙제

[취재파일] 성적은 2위, 기록 관리는 낙제
지난 9월19일 개막한 인천 아시안게임이 오늘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한국선수단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금메달 90개 이상을 획득해 5회 연속 종합 2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금메달 수는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지만 일본을 제치고 종합 2위  수성에는 성공했습니다. 스포츠 경기력 면에서는 중국에 이어 명실상부한 2위라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마치면서 꼭 하나 짚고갈 게 있습니다. 지난 9월26일 우리 승마대표팀은 종합마술 단체전에서 28년만에 정상에 올랐습니다. 단체전 멤버중의 한명인 전재식 선수는 1967년 7월생으로 이번 대회 한국선수단 가운데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저는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대한체육회에 던졌습니다. "전재식 선수가 역대 아시안게임 한국 금메달리스트 가운데서도 최고령입니까?" 대한체육회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최고령 같기는 한데 과거 자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지 않아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로부터 나흘 뒤 요트 남자 옵티미스트급에서 2000년 10월생인 박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남자 선수 가운데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이때도 기자들은 "박성빈 선수가 역대 아시안게임 한국 금메달리스트 가운데서도 최연소입니까?"라는 질문을 대한체육회에 던졌습니다. 대답은 같았습니다. "최연소일 가능성이 큰데 과거 자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지 않아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시안게임 뿐만 아니라 올림픽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역대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천m 계주에서 우승한 김윤미 선수로 당시 나이가 13세85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고령 금메달리스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자료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2012년 런던올림픽 유도에서 우승한 송대남 선수(당시 33세)인 것 같은데 정확한 확인을 위해 대한체육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봤습니다. 역대 동하계 금메달리스트 전원을 대상으로 일일이 나이를 따져볼 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는 역대 메달리스트가 제대로 기술돼 있었지만 그 이전 대회의 경우에는 메달 획득 현황 자료가 한마디로 엉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종합 4위에 들었던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 은메달 12개,동메달 11개를 따냈다고 적혀 있는데 막상 누가 메달을 땄는지 살펴보면 금메달리스트는 한명도 언급돼 있지 않고 은메달리스트 3명과 동메달리스트 5명의 이름만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한체육회 홈페이지를 아무리 뒤져봐도 누가 역대 최고령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권종오 취재파일 f
대한체육회는 일제시대인 1920년 창립돼 94년간의 빛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숱한 국제대회에서 위업을 달성하며 우리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습니다. 대한민국은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 그리고 월드컵, 동하계 아시안게임, 동하계 유니버시아드를 모두 유치한 스포츠 강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찬란한 성적에 비해 기록 관리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21세기 첨단 IT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까지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은 직무유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리고 부실한 홈페이지 관리는 "이것이 대한체육회 홈페이지가 맞는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스포츠 코리아의 위상에 걸맞는 개선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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