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회' 멤버의 추천을 받았다며 일면식도 없는 대기업 최고위급 임원들을 속인 취업사기꾼이 재판에 넘겨졌다. 굴지의 건설업체 사장도 속아 넘어가 그를 실제로 채용해줬다.
만만회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 옛 보좌관 정윤회씨의 이름을 딴 것으로 박 대통령의 비선라인이라고 야당은 주장하고 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조모(52)씨는 지난해 7월 대우건설 박영식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재만입니다. 조○○ 장로를 보낼테니 취업을 시켜주시면 좋겠습니다. 내일 3시에 보내겠습니다"
조씨는 이튿날 오후 사장실로 찾아갔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보내서 왔다. 대우건설에서 일하고 싶다"며 신학대 석사, 대학 겸임교수 등 가짜 이력을 적은 입사원서를 내밀었다.
감쪽같이 속은 대우건설은 지난해 8월12일 조씨를 사무직 부장으로 채용했다. 그러나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 조씨의 직장생활은 1년을 채 가지 못했다.
올해 7월말 퇴사한 조씨의 다음 타깃은 KT였다. 이번에는 휴대전화 번호도 이재만 비서관과 비슷하게 바꿨다.
조씨는 지난 8월18일 KT 황창규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또 이재만 비서관을 사칭했다. 작년과 똑같이 스스로 추천을 하고는 이튿날 오후 3시 황 회장에게 찾아갔다.
조씨는 "VIP 선거 때 비선조직으로 활동했고 10여 년 전부터 VIP를 도왔다. 우리 집에 방문한 적도 있고 지금도 한 달에 한두 차례 면담한다"며 박 대통령과 친분을 지어냈다.
그는 "정부 산하기관에 기관장이나 감사로 갈 수 있지만 회사에 취업하겠다고 말했다"며 허세를 떨기도 했다.
황 회장도 인사담당 직원에게 채용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황 회장이 비서실을 통해 신분을 확인을 하는 바람에 조씨의 범행이 들통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조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