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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손완호 '철벽 수비' 뒤엔 '5㎏ 납 조끼'

아시안게임 손완호 '철벽 수비' 뒤엔 '5㎏ 납 조끼'
한국과 중국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단체전 결승이 열린 23일 저녁 인천 계양체육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국 팬들의 기대는 두 번째 주자로 나서는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이용대(삼성전기)-유연성(수원시청)에게 가장 많이 쏠렸습니다.

첫 번째 단식 주자로는 손완호(세계랭킹 7위·김천시청)가 이름을 올렸으나, 중국에서는 올해 세계개인선수권대회 우승자이자 세계랭킹 2위인 천룽이 나와 승리를 점치기가 어려웠습니다.

세계랭킹에서 뒤질 뿐 아니라 최근 상대 전적에서도 손완호는 천룽에게 5연패를 당하던 중이었습니다.

지난달 말 세계개인선수권대회 8강전에서도 손완호는 천룽에 1-2(14-21 21-12 17-21)로 져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 때문에 다소 낮은 기대감 속에d 등장한 손완호는 결승의 서막을 연 1세트에서 천룽을 21-5로 제압, 경기장에 모인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붉은 티셔츠를 맞춰 입고 오성홍기를 손에 든 채 열띤 응원을 보내던 중국 팬들이 더 당황했겠지만, 한국 관중에게도 손완호의 승리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천룽이 때리는 회심의 공격을 족족 받아내며 혼을 빼놓은 손완호는 2세트에도 지긴 했으나 22-24까지 승부를 끌고 가면서 상대를 힘들게 했습니다.

힘이 빠진 천룽을 상대로 손완호는 3세트에서 21-14로 승리, 한국이 '만리장성'을 무너뜨리고 12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중국을 상대로 한국은 세계 '톱5' 안에 드는 이용대-유연성, 김사랑-김기정(이상 삼성전기)이 나설 복식에서 최대한 승리를 확보하고 마지막 5번째 경기까지 끌고 가 베테랑 이현일에게 해결사 역할을 맡긴다는 복안이었습니다.

이득춘 국가대표 감독조차 결승전을 마치고서 "사실 손완호가 이길 줄은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손완호는 대표팀의 '필승 카드'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예상을 뒤엎고 짜릿한 승리를 낚으며 이현일의 국가대표 은퇴 이후 세계 정상급 스타에 목말라 있던 한국 남자단식의 에이스로 발돋움할 채비를 마쳤습니다.

그는 이번 대회 단체전 4경기에서 모두 첫 주자로 나서 승리를 따냈습니다.

특히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천룽을 괴롭힌 '철벽 수비'는 상대를 고려한 철저한 준비에서 비롯됐습니다.

국가대표팀에서 남자단식 선수들을 지도하는 안재창 코치는 "일본의 다고 겐이치(세계랭킹 4위) 등 상대의 1번 주자로 예상되는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들에 대해 많이 분석하며 준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래 수비가 장점이라고 평가받는 손완호이지만, 한 번 방어에 성공한 뒤 다음 수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안 코치는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그에게 무거운 '납 조끼'를 입혀 수비 훈련을 시켰습니다.

안 코치는 "5㎏짜리 조끼를 입고 50분 동안 수비만 하는 훈련을 일주일에 세 번 씩 시켰다"면서 "한 달 동안 바짝 시켰는데 완호도 강한 의지를 갖고 잘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손완호가 천룽을 꺾자 쉴 새 없이 외국 관계자들의 축하 인사를 받은 안 코치는 "조끼를 벗으니 그야말로 날아다니더라"면서 "이번 경기의 수비는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크게 칭찬했습니다.

금메달을 목에 건 날 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하는 기쁨을 한꺼번에 누린 손완호는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이 있긴 하지만 개인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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