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에 따라 1등급인 청룡장을 받기위해서는 올림픽에서 금메달(600점) 2개와 은메달(360점) 1개 이상을 획득해야 합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김연아는 8번의 세계선수권대회(주니어 포함)에서 획득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합해도 훈격 점수가 1천424점에 그쳐 청룡장을 받을 수 없습니다. 1천500점에 76점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규정을 적용하면 넉넉하게 청룡장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새 규정이 적용되면서 맹호장에 만족해야 합니다.
체육분야에 대한 서훈 규정 강화를 놓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안전행정부의 말이 엇갈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서훈 규정은 안전행정부에서 최종 결정하는데 앞으로 엘리트 체육보다는 생활체육과 장애인체육 등 일반인에 대한 포상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누구에게 청룡장을 주고, 누구에게 맹호장을 주는 것은 전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종 결정한다. 우리는 명단이 넘어오면 실제 훈장을 지급하는 일만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체육 분야에 대한 서훈 규정을 크게 강화한 것은 문화 예술쪽과의 형평성 때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금까지 체육훈장 1등급을 받은 사람은 모두 327명인데 반해 문화훈장 1등급은 82명에 그쳤습니다. 각 등급을 모두 합친 전체 숫자를 봐도 체육훈장 수훈자는 4,772명이지만 문화훈장 수훈자는 1,167명에 머물렀습니다. 문화 예술 측 인사들이 봤을 때 "청룡장을 비롯한 체육훈장은 지나치게 남발돼 왔다"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름 그대로 문화와 체육과 관광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입니다. 문화와 체육간의 균형과 형평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 예술측의 불만을 잠재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체육분야 서훈 규정을 크게 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체육인들의 반발은 거세기만 합니다. 이에리사 의원을 비롯한 대다수 체육인은 "스포츠인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키는 개정안"이라며 "'피겨여왕'이라고 불리는 김연아도 못받는 청룡장을 생활체육인이 받도록 한다는 정부의 발상은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문화 쪽과 체육 쪽 두 분야의 사정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어떤 입장을 표명할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