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독도 인근 상공에 러시아 핵 폭격기 TU-95 2대가 예고 없이 나타났습니다. 이에 우리 공군은 F-15K와 F-16 전투기 각각 두 대씩을 출격시켜 우리 방공식별구역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핵 폭격기 두 대는 우리의 요구를 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이어도 상공을 비행한 뒤에야 자국으로 돌아갔는데요.
이렇게 러시아가 핵 폭격기를 방공식별구역 상공에 출격시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28일에도 예고 없이 TU-95를 출격시킨 바 있습니다.
우리 군 당국은 러시아의 잦은 방공식별구역 침범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러시아 군용항공기의 우리 방공식별구역 침범은 자주 있는 일이라는 건데요.
우리 군의 입장대로 큰 의미가 없는 행위라면 왜 러시아 핵 폭격기가 굳이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던 것일까요? 이에 대한 의문에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존재감 과시'를 이야기합니다.
지난해 말, 한·중·일 3개국은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싸고 대립과 갈등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역사 도발 수위를 높인 일본, 핵무기를 놓지 않는 북한 등으로 현재 동북아 지역의 긴장 상태는 최고조에 달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모양새를 취해온 러시아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나 아직 죽지 않았다'며 과시성의 저강도 도발을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다른 항공기도 아니고 레이더에 가장 크게 잡히는 핵 폭격기를 출격시킨 행위는 한·중·일, 그리고 미국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노출하고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방공식별구역이 존재감 과시를 위한 도발 행위이기는 하지만 잦은 침범은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하지만 여기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방법은 뚜렷하게 없다고 합니다. 군의 한 소식통은 "국력이 약한 우리로서는 러시아의 잦은 방공식별구역 침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 외에 대응방법이 없는 상황"이라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독도와 이어도를 둘러싸고 한·일, 한·중 간 군사·외교전 차원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핵 폭격기 침범이 더욱 대담해 진다면 동북아 정세는 한층 더 복잡해지게 될 것입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