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길을 가다 보면 신약 임상시험을 한다며 지원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종종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2번째로 임상시험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만큼 부작용 사례도 많습니다.
먼저, 한세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학병원에서 관절염을 통원 치료받던 50대 남성이 지난 4월 숨졌습니다.
사인은 관절염과는 무관한 폐암이었습니다.
유족들은 이 남성이 신약개발 임상시험에 참여해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한 게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유족 : 우리 형한텐 고용량인 10밀리그램 약을 29개월 동안 연속적으로 투약했어요. 폐에 물이 차서, 고통스러워하며 응급실에 갔어요.]
제약사의 문건을 보면, 이 신약이 폐암과 유방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병원은 부작용 가능성을 알고 정기적으로 검사도 했지만, 당시엔 증상이 심하지 않아 제때 치료하지 못했다고 해명합니다.
[병원 직원 : 암을 뜻하는 상황과 많이 달라서 다른 곳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약을 중단하면 거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나빠져서 (약을 계속 투약했습니다.) ]
문제는 최근 신약 개발 관련 임상시험이 증가하며, 이런 피해 사례도 함께 많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임상시험은 최근 10년간 12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의료수준이 높고, 시험에 참여할 환자를 모집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다국적제약회사 직원 : 보상 규정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보상해주기가 쉬워요. 그렇다 보니, 위험한 약들을 우리나라에서 임상시험을 (많이) 하는 거죠.]
그러나 임상시험이 늘어난 만큼, 신부전이나 폐렴 같은 중증 부작용 사례도 최근 5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임상시험 도중 숨진 환자도 한해 10명가량 됩니다.
지난 2011년에야 임상시험 부작용에 대한 보상 규정이 처음 생겼지만, 그 부작용이 신약 때문인지 명백히 밝혀져야만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설민환, 영상편집 : 박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