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민생정치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습니다. '甲'의 횡포에 맞서 乙을 대변하는 정당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乙'을 위한 정당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습니다. 6월 국회에서 4개의 을(乙)지키기 법안통과를 주도했다는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가맹점에 대한 과도한 위약금을 제한하는 일명 ‘CU방지법’, 5년간 세입자의 안정된 생활과 전세금 떼일 염려를 덜어주겠다며 '임차상인 보호법'과 ‘전·월세 상한제법’도 통과시켰습니다.
7월 4일 오전 6시 2대의 버스가 국회의사당 앞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한 대는 민주당 지도부가, 또 다른 한 대는 대변인실과 기자단이 탑승할 버스라고 당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기자단 지정버스에 탑승했습니다. 취재진은 예닐곱 명에 불과했습니다. 임시국회가 끝난데다 최근의 정치권 현안은 NLL 대화록 논란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야당 지도부의 민생투어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기자단의 숫자가 적어서 인지 6시 20분 출발 예정이었던 버스는 10여 분 정도가 지나서야 국회를 출발했습니다. 9시 대전에서 열릴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하려면 빠듯한 시간입니다. 이른 시간 버스 안에서 밀린 잠을 청하려고 잠시 눈을 붙이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버스가 올림픽 대로에 진입해 여의도를 막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출발한 지 10여 분 정도가 지난 것 같습니다. 함께 버스에 탑승한 대변인실 직원에게 당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당 총무국에서 걸려온 전화라고 합니다. 2분 정도의 통화가 끝난 뒤 경부고속도로로 향하던 버스는 다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석연치는 않았습니다. 이미 버스는 출발했고 이른 아침 시간인 점을 감안해도 예정된 회의시간에 맞추기도 빠듯한 시간인데 의원님들이 '우등버스'를 타야 한다는 이유로 국회로 버스를 되돌린다는 점이 말입니다. 누가 우등버스를 탔느냐 일반버스를 탔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치인들도 기자들도 늘 시간에 쫓기며 사는 직업인데 누구보다도 잘 아실만한 정당에서 30분 가까이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그런 결정을 했다는 건 분명 납득할만한 결정은 아닙니다.
민주당은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말합니다. 당연히 우등버스에 의원들이 타고 일반버스에 다른 사람들이 탈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에 있던 당직자가 실수를 했다는 것입니다. 적절하지 않은 변명입니다. 과연 해프닝일까요? 일반버스에 당 지도부를 태우면 큰일난다는 당료들의 잘못된 권위주의와 줄서기가 반영된 낡은 사고는 아닐까요? 아주 사소한 문제인데 기자들과 관련된 일이라 문제가 생기면 가장 약하고 힘없는 직원에게 모든 잘못을 미루려는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책임 회피는 아닐까요? 어쨌든 씁쓸한 기분을 안고 다시 국회의사당으로 돌아왔습니다. U-20 월드컵 축구 8강 진출에 성공한 태극전사들의 선전 소식으로 기분좋게 시작한 아침이었는데 말입니다.
혁신이 뭔가 곱씹어봤습니다. 혁신은 낡은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일반인보다 우등한 국회의원들이 우등버스에 타야한다는 잘못된 특권의식을 접는게 진정한 혁신이자 개혁입니다. 민생정치와 특권 내려놓기는 사실 사람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되는게 아니라 정치권에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는 낡은 생각들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되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구태정치와 새정치의 구별의 시작점이자 국민들의 불신과 신뢰의 경계선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