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희가 지난달 28일 장옥정을 품에 안은 채 기자와 만났다. 지난 2개월 동안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를 통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한 층 성숙해진 모습. 질문 하나에도 자신의 생각을 심도 있게 전하며 진정으로 소통을 하고 싶어 했다.
다음은 김태희와 나눈 일문일답.
Q. ‘장옥정’을 촬영하는 동안 연기력 논란도 겪었고 여러모로 심신이 모두 지쳤을 것 같아요.
A. 정말 마음이 힘들고 상처도 받고 좌절했었어요. 하지만 그러면서 성숙해지고 배운 것도 많아요. 힘들어서 소중한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저한테 의미가 크네요. 일을 겪고 나면 초탈해지잖아요. 물론 초탈하는 경지까지 이르지 않았지만 제 인생에 있어서 유명인으로 살아가는데 자산이 될 만한 지침이 됐죠.
Q. 그랬기 때문에 ‘장옥정’ 촬영 현장을 벗어나고 싶었겠어요.
A. 제가 참을성이 좋아요. 묵묵히 하는 스타일이죠. 그런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거든요. 저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데 맥 빠진 부분은 있었죠. 밤 샘 촬영하고 그 뒷날 시청률 떨어졌다고 하고, 안 좋은 기사도 나오고, 하루 종일 찍어야 할 신은 산더미였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중심을 잃지 않고 내공을 좀 쌓았어요. 장옥정이라는 캐릭터는 세상과 다른 사람들에게 수모를 겪고 한이 맺히고 독을 품게 되는 캐릭터잖아요. 이런 일들을 겪지 않았으면 장옥정에 몰입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감정 이입 할 수 있게 도와줬죠.(웃음)
Q. 장옥정이 초반 착한 모습보다 후반 독하고 악한 모습을 입은 것이 더 잘 어울렸던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솔직히 착한 장옥정이 쉽지 않아요. 착한 역할은 쉽지 않거든요. 잘해도 태 안 나고, 착한 말, 옳은 말을 오그라들지 않게 하는 게 정말 많은 계산이 필요하거든요. 톤 조절 등을 해야 하니까요. 더욱이 시청자들이 진심으로 느껴져야 하거든요. 들었을 때 가짜거나 오그라들면 안 돼요. ‘장옥정’ 대사 중에 “내 손안에 희망이 있지요”와 같은 것을 할 때 말이죠. 반면에 악녀는 임팩트가 있어 사람들 뇌리에 금세 박히죠. 그동안 주인공으로서 바르고 착하고 밝은 역할을 해왔어요. 대중들도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어 했고 (악녀에)많이 환영을 해줬던 것 같아요.
Q. 김태희 하면 예쁜 얼굴, 서울대 스펙 등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배우로서의 진가가 가려지는 것 같아요. 배우보다 스타의 이미지가 강한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A. 다 가질 수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내가 가진 것은 당연하고, 내가 이런 점을 갖고 이런 점 노력하는데 왜 인정을 못 받나 했어요. 다른 사람은 쉽게 얻고 나는 왜 저 타이틀을 못 가질까 불만이었는데 이제는 감사하게 되는 마음이에요. 예전에는 불만이었던 부분도 받아들이게 됐고요. 긍정적으로 어떻게 이용해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방법을 고민하게 됐죠. 그래서 억울하고 불만이고 이렇지는 않아요.
Q. 예능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보기 힘든 배우 중 한 명이잖아요.
A. 그런가요? 신비주의 여배우 보다 많이 나온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홍보나 있어서 전략적으로 접하는 부분이 많은 예능 프로그램 2개 정도는 하자는 주의거든요. 아주 배제 하는 것은 아니에요. 어쨌든 배우이고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러다보니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신비주의를 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어요. 대중들에게 온전히 작품 속 캐릭터로 받아드려져야 하는데 대중들은 유명인 김태희, 실제 모습에 관심을 가져주시죠. 그런 부분 안타까운 부분이이요. 연기를 잘 한다, 못 한다의 평가는 배우가 아닌 캐릭터로 보여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대다수 그 캐릭터가 아닌 김태희로 보셔서…. 저도 예능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호흡하고 싶어요. 배우도 엔터테이너라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 때, 사람들이 원할 때 보여줘야 하고 즐겁게 해줘야겠죠. 신비주의를 고집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Q. 이제 결혼 적령기네요.
A. 결혼 적령기요? 살짝 지났어요.(웃음) 예전에 40대 이전에 하면 성공이라 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정신연령이 많이 어려요. 순수함을 가지고 덜 계산적이고 세속적으로 살아가자 주의거든요. 결혼은 가족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어머님이 자식에게 헌신하자는 주의거든요. 내가 이제 받는 역할이 아니고 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에 있어서 아직 미성숙하지 않나 싶어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요. 남들은 신중하다 하지만 저는 단순하고 즉흥적인 부분이 많아요. 복잡한 사람이 아니에요.
Q. 혹시 지금 만나는 그 분(비, 정지훈)과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나요.
A. 그분에 대해 제가 한 마디만 해도 헤드라인이더라고요. 답변을 할 수가 없네요.
Q. 이제 데뷔 11년 차네요. 김태희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인가요?
A. 지금 이 순간에 연기란 살짝 맛 본 마약이요.(웃음) 그동안 여러 배우들이 연기는 마약과 같아서 한번 시작하면 계속하게 된다고들 했잖아요. 연기하다가 보람도 느끼고 희열도 느끼는 순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어요. 이번 작품은 체력적으로 힘들었거든요. 카메라가 안 돌아갈 때 눈도 못 떴는데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더라고요.
사진=김현철 기자 kch21@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손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