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애니원의 씨엘은 최근 SBS TV '인기가요'에서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하의 노출 의상을 선보여 논란을 일으켰다.
마치 '팬티'를 입은 듯한 선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게 이유였다.
달샤벳은 지난 20일 미끈한 다리를 강조한 짧은 의상을 입고 첫 방송 무대에 올랐다.
이들의 신곡 제목은 '내 다리를 봐'.
'눈 말고 다리를 봐, 손을 놓고 나를 안아'라고 노래하며 치마를 열어젖혀 속의 핫팬츠를 보여주는 춤으로 시선을 끌었다.
걸그룹과 솔로 가수 등 여성 가수들이 앞다퉈 노출 의상을 입고 '섹시미 경쟁'에 뛰어들었다.
몸에 딱 붙는 의상이나 속옷을 연상시키는 란제리 패션, 하의 실종 패션들이 과열 양상을 띠는 분위기다.
현재 가요계에는 '섹시미'가 콘셉트인 가수들이 부지기수다.
애프터스쿨은 신곡 '첫사랑' 무대에서 배꼽이 보이는 상의와 핫팬츠를 입고 폴 댄스를 선보인다.
사람 키의 두 배나 되는 봉을 잡고 빙글빙글 돌거나 봉에 매달려 허리를 젖히는 퍼포먼스는 마치 묘기처럼 과감하다.
신곡 '기브 잇 투 미'(Give it to me)로 컴백한 씨스타도 늘씬한 다리를 훤히 드러낸 컬러풀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춘다.
데뷔 시절부터 건강한 섹시미를 무기로 내세운 이들은 이번엔 '란제리 룩'을 선택했다.
'슈퍼스타K 4' 출신 투개월의 김예림도 첫 앨범의 티저 영상에서 속옷만 입고 등장했다.
침대와 소파에 민소매와 팬티 차림으로 눕거나 앉아있는 김예림의 몸이 클로즈업된 장면은 '야하다'는 평과 함께 대역 논란도 일었다.
또 오는 24일 신곡 '여자 대통령'을 발표하는 걸스데이는 뮤직비디오의 티저 영상에서 핫팬츠 의상을 입고 블라인드 뒤에서 웨이브 춤을 춘다.
보도자료에는 '블라인드 춤 섹시미 절정'이란 문구가 담겨있다.
이들은 24일 반얀트리 야외 수영장에서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이들이 잇따라 섹시미를 강조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가요 관계자들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한 생존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10여 년 경력의 한 스타일리스트는 "수많은 걸그룹들이 쏟아지는 속에서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시선몰이를 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그로인해 남들보다 조금 더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이는 게 불가피하다.
일부 걸그룹들은 하의 길이를 3㎝라도 더 잘라내 다른 팀보다 외적으로 한층 예뻐 보이려는 경쟁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해 서너장의 앨범을 발표하는 요즘 추세에서 여성 가수들이 매번 다른 이미지로 변화를 주는데 따른 고충과 한계 때문이란 견해도 있다.
'섹시 코드'의 경우 시선 몰이가 쉽고 빠르게 통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명 걸그룹이 소속된 한 기획사 대표는 "여성 가수들은 귀엽거나 발랄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나면 이후에는 섹시 코드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콘셉트에 대한 고충으로 인해 대중에게 흡수되기 쉬운 섹시미를 전략적으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올 초 걸그룹 라니아는 멤버들의 전신 시스루 의상이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있어 일부 지상파 방송의 제재로 수정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1차적으로 지상파 쇼 프로그램 중심으로 자율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음악 프로그램에서 과감한 노출 의상을 선보인 씨엘의 방송에 대한 민원이 제기돼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네티즌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포털사이트와 연예 커뮤니티에는 '성을 상품화하고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어야 성공할 수 있나' '청소년들이 보기 낯뜨거운 노출이다'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가요계는 볼멘 소리를 한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유명 걸그룹이 소속된 한 음반기획사 홍보 팀장은 "이미 세계 음악 팬들은 레이디 가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팝스타들의 과감하고 실험적인 패션까지 눈에 익은 시대"라며 "그로인해 해외 팬들을 보유한 이들에게 핫팬츠와 몸에 붙는 의상만으로 규제를 한다면 시대착오적이다.
요즘은 남성 가수들도 섹시미를 강조하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한 걸그룹의 멤버 또한 "섹시미를 강조한 패션 스타일은 시대를 아울러 여성 가수들이 줄곧 시도해온 콘셉트"라며 "패션의 유행처럼 요즘 이같은 경향이 부각된 측면이 있지만 이를 노골적인 성 상품화로 몰고 가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