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문학적 가치만큼이나 영화 소재로도 각광 받아 왔다. 1949년을 시작으로 1974년, 2000년, 2000년까지 3차례 영화화됐다. 그리고 2013년, 호주 출신의 감독 바즈 루어만에 의해 다시 한번 리메이크 됐다.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루즈' 등을 통해 비주얼 무비의 새 장을 연 바 있는 루어만 감독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타이틀 롤을 맡겼다. 여기에 연기력과 매력을 겸비한 배우 캐리 멀리건, 토비 맥과이어, 조엘 에저튼이 가세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고전의 현대화에 온갖 노력을 기울인 모양새다. 우선 그 시작점으로 3D를 선택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뉴욕 근교의 롱아일랜드를 배경으로 강 건너로 마주하고 있는 전통 부촌 이스트 에그와 신흥 부촌 웨스트 에그를 교차로 보여준다.
더불어 피츠제럴드가 '멋진 신기루'라고 표현했던 1920년대의 뉴욕을 총천연색 색감을 사용해 화려하게 재현해냈다. 맨하탄 미드타운의 에이스 호텔의 방, 캐널과 브로드웨이의 골목길, 401번지 빌딩의 24층과 26층의 복도 등에 세트를 만들어 '밤이 되면 짜릿함과 호기심이 충만하고, 남자와 여자, 기계들이 빠른 속도로 스치는 뉴욕'을 시각화했다.
백만장자 개츠비의 막대한 부와 사랑에 대한 욕망을 부각하기 위해 영화는 원작에서보다 훨씬 길고 화려하게 파티 장면을 배치했다. 여기에 '재즈의 시대'라 불렀던 당시 분위기를 힙합 뮤지션 제이지의 '노 처치 인 더 와일드'(No church in the wild)와 '100$ 빌', 윌 아이 엠의 '뱅뱅'(Bang Bang) 등의 곡을 통해 현대적으로 청각화 했다.
이처럼 영화는 시청각의 묘를 120%로 활용한 탓에 마치 명품관 쇼윈도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눈과 귀의 호사에 비해 가슴의 울림이 크지는 않다.
감독이 의도한 '고전의 현대화'라는 것이 단순히 3D영상으로 화려함을 더하고, 힙합 음악으로 채웠다고 해서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네 인물에 대한 깊이있는 탐구와 세밀한 묘사는 상대적으로 소홀히했다.
신비로운 백만장자와 바보 같은 순정남 사이를 오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열연, 또 21세기 데이지 캐리 멀리건의 모습도 흥미롭지만, 원작이 보여준 인물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진 못했다.
때문에 영화는 피츠제럴드가 소설에 투영했던 시대상에 대한 예리한 풍자, 인물에 대한 서늘하고 아련한 묘사가 불거리에 함몰돼 공허하게 맴돌 뿐이다. 단순히 소설과 영화의 차이라고 하기엔 원작의 재해석에 대한 감독의 단편적인 시각이 너무나 아쉽다.
결국 개츠비가 회복하고자 했던 '잃어버린 과거와 떠나간 미래'에 대한 꿈은 스크린보다는 책으로 느끼는 것이 훨씬 좋을 듯 싶다.
그러나 최신 감각으로 무장한 고전은 젊은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북미에서는 혹평에도 개봉 첫주 5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 이 영화는 지난 15일 개막한 제66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5세 관람가, 142분,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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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