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큰 공연은 제 생에 마지막 도전이에요. 그 정점을 이번 기회에 만들어 보고, 그다음에는 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1천 석짜리 소극장부터 소박하게 할 생각입니다."
가수 이문세(54)는 내달 1일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5만 석 규모의 대형 콘서트 '대.한.민.국 이문세'를 두고 "반환점"이라고 짚었다. 마침 데뷔 30주년과 맞물린 터다.
7일 오후 7시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린 음악감상회 '대.한.민.국 문세톱텐'에서 그는 "올해로 마이크 잡은 지 30년이나 됐다"며 "15번째 새 앨범도 올해에 무조건 내는 것이 사명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작업 중"이라고 전했다. 내달 공연에서 신곡 가운데 한 곡을 선보이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이날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된 '대.한.민.국 문세톱텐'은 네티즌 1천 명의 사전 투표로 선정한 '공연에서 듣고 싶은 노래 베스트 10'을 라이브 무대와 함께 선보이는 자리. 후배 가수 윤종신이 MC를 맡아 과거의 추억을 '술술' 풀어냈다.
이문세는 과거 유열·이수만과 함께 꾸린 '마삼 트리오'를 되돌아보며 "이수만이 '좋은 일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해 공연을 하고서, 수익금 전액을 독거노인에게 쾌척했다"며 "그런데 이수만이 더는 못하겠다고 하더라. 나이가 많아서 힘들어했다"고 전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 "히트곡이 평생 한 곡 나올까 말까 하지 않느냐"며 "어릴 때는 그렇게 많은 (히트)곡을 불렀는데도, 고맙고 감사하기보다는 '운이 좋은 게 아닐까' 하고 건방지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도 했다.
그가 그동안 펼친 공연은 650회. 누적 관객은 82만 명에 이른다.
이문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에 대한 물음에 "개인적으로 섭섭했던 공연이 오히려 기억이 난다"며 4년 전 야심 차게 야외 콘서트를 준비했지만, 공연 도중 비가 쏟아진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내렸지만, 그냥 진행했다"며 "관객 가운데로 나가서 부른 노래가 '그녀의 웃음소리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전화위복이 된 명장면 가운데 하나였다"고 전했다.
음악감상회는 '깊은 밤을 날아서' '사랑이 지나가면' '옛사랑' '소녀' 등 그의 히트곡 무대로 꾸몄다. 특히 '이별 이야기'에서는 개그맨 유세윤이 듀엣으로 그와 호흡을 맞췄고, '파랑새'를 부를 때는 관객이 모두 일어난 가운데 '덩실덩실'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공연에서 듣고 싶은 노래 베스트 10'이 하나하나 소개됨에 따라 그 곡에 얽힌 뒷얘기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이문세는 9위 '그대와 영원히'가 흘러나오자 이 곡을 작곡한 유재하와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유재하가 이 곡을 술자리에서 기타를 치며 들려주자, 이문세가 마음에 들어 음반에 수록했다는 것.
그는 "소주 한 병에 넘어온 곡"이라며 "이후 평생 제 곡이 됐다"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유재하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또 6위에 오른 '사랑이 지나가면'을 가리켜 "내게는 은인과 같은 곡", 5위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에 대해 "내 삶에서 이렇게 슬프면서 아름다운 곡을 또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장 서정적인 곡"이라며 애착을 보였다.
음악감상회는 이문세가 1위 '옛 사랑', 2위 '소녀', 4위 '붉은 노을'을 차례로 무대에서 선보이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나이가 50대가 되면서, 중년 남자들이 불쑥 나타나 제게 정중하게 인사하곤 해요. 그리고는 '이문세는 나의 젊음이었다' 혹은 '10대의 모든 것이었다'고 자신의 추억을 꺼내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눈물겨울 정도로 고마워요."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