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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농수로 정비에 사라지는 개구리들

<앵커>

개구리 소리 듣기가 참 힘들어졌습니다. 콘크리트 농수로 때문입니다. 한 전문가는 요즘 농수로가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곳이 되버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의 한 농촌 마을.

개구리들이 짝짓기하느라 분주합니다.

암컷들이 쏟아낸 알들이 군락을 이루고 갓 부화한 올챙이들이 힘차게 헤엄칩니다.

그런데, 바로 옆 농수로에는 개구리 수십 마리가 갇혀 있습니다.

짝짓기하던 개구리들이 힘껏 뛰어보지만 콘크리트벽을 뛰어넘질 못합니다.

둥근 플라스틱 수로에서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제자리입니다.

며칠 뒤에 다시 가 봤습니다.

여기저기 떼죽음 당한 올챙이들이 보이고, 수로 곳곳에 개구리들이 말라 죽어 있습니다.

그나마 강원도는 나은 편, 서울 근교 농촌엔 개구리 씨가 말랐습니다.

제가 이곳 콘크리트로 정비된 농수로를 백 미터 정도 둘러봤는데요, 지금까지 단 한 마리의 개구리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주민 : 옛날에는 늪지대도 많고, 습지대가 있으니까…. 시멘트 수로가 아니라 자연 수로니까 (개구리) 서식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보기 힘들죠.]

20년 전부터 본격화된 농수로 현대화 사업 때문입니다.

물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흙으로 된 농수로를 콘크리트 수직 벽으로 만들면서부터입니다.

[박평수/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 농수로가 생태축에 중요한 연결고리를 했어요. 이제 농수로가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사막과 같은…]

개구리 수는 20년 새 30%나 급감해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심각합니다.

새나 뱀 같은 개구리 천적도 덩달아 줄었고, 반대로 먹잇감인 모기와 곤충은 급증했습니다.

[민미숙/서울대 수의대 연구교수 : 양서류가 먹이로 삼고 있는 곤충이 번성했을 경우, 질병을 유발하는 곤충이 많이 있잖아요. 인간하고도 직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하지만, 물 관리가 중요한 농촌 입장에선 흙 농수로를 꺼리는 게 현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 : 유지관리라고 하는데, (흙 농수로는) 그 비용이 많이 들고, 매년 반복되고, 또 홍수에 영향을 미치고 그러지 않습니까.]

현실적인 대안은 수로에 갇힌 동물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생태 통로를 일반화하는 겁니다.

환경 파괴가 더 심해지기 전에 생태통로를 보다 확대하고 환경 실태조사를 병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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