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패션 잡지를 보면 외국어가 너무 많이 쓰여서 단어를 잇는 조사만 한국어인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패션 분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쓸데없는 외국어 남발, 그 속에 어떤 심리가 숨어 있을까요?
류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실제 한 패션잡지에 실려 화제가 된 문장입니다.
필수적인 조사들을 빼면 단어 대부분이 외국어입니다.
[이게 세계어입니까?]
[불편해요.]
[어처구니없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건지.]
[홈쇼핑 장면 : 블루 컬러가 좋으세요, 그레이 컬러가 좋으세요? 잇 아이템이 될 텐데요.]
패션 뿐만이 아닙니다.
광고와 평론, 영업과 같은 유행에 민감한 분야와 학계 전반에서 순화되지 않은 외국어를 그대로 남용하고 있습니다.
[백승권/광고 카피라이터 : 대중매체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지적이거나 유행에 밝거나 전문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요.)]
전문가 집단의 경우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하며 경계 바깥의 사람들과 구분 짓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바꿔쓸 수 있는 우리말이 있는데도 특정 분야의 진입 장벽을 높이기 위해 일반인들의 이해와 참여를 방해하는 겁니다.
[영화 '건축학개론' : 싸이드 쉐입을 고려해서 플랜을 플렉서블하게. 레벨을 풍성하게 하고. 이 박시한 쉐입에 리듬감을 부여해서 주변 랜드스케입을. (근데 왜 죄다 영어야? 영어마을 짓니?)]
[김홍기/인문학자, 패션 큐레이터 : 어찌 보면 정신적인 식민주의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개의 언어를 각각 완벽하게 구사해야 훌륭한 거겠죠.]
원활한 소통이 아닌 보여주기를 위한 언어 습관.
본디 목적인 공감과 교감 대신 이질감을 조장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오염시키는 주범입니다.
(영상취재 : 김찬모·박대영·주 범, 영상편집 : 염석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