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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논란, 그 뒤 절박한 하소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정현수 논란, 그 뒤 절박한 하소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개그맨 정현수가 수상 소감으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소감은 ‘망언’, ‘실언’ 등으로 불리며 네티즌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현수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2 S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수상 소감으로 SBS ‘개그투나잇’의 늦은 방송시간에 대해 하소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현수는 "'개그투나잇'의 방송시간이 12시 5분이라고 적혀 있지만 실질적으로 12시 30분, 앞에 특집하면 40분에도 시작한다"며 "다른 프로그램은 경쟁 프로가 '해피투게더' 등 다른 프로그램이 있겠지만 저희는 경쟁 프로가 '심야토론'과 영국 프리미어리그 박지성, 기성용 경기다. 이들이 과연 선발 출전하나를 보고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현수는 "기성용이 출전하면 저희 시청률이 떨어진다. 부상을 당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이라 좋아하면 안될 것 같다. 박지성은 퀸즈파크레인저스 잘 간 것 같다. 퀸즈파크가 연패에서 탈출 안 하면 좋겠다"고 농을 섞어 하소연 했다.

문제는 여기서 불거졌다. 해외 축구 경기와 경쟁해야하는 ‘개그투나잇’의 늦은 방송시간에 대한 불만만 이야기했다면 괜찮았을 것을, 정현수는 박지성 팀의 연패와 기성용의 부상까지 언급하며 지나치게 과장해서 불만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성용이 자신의 SNS를 통해 실제로 다리 부상을 당한 사진을 공개하며 파문은 더욱 커졌다. 졸지에 정현수는 “말이 씨가 됐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정현수는 바로 사과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겠다. 시간대 변경에 대해서 저의 심정을 말하다가 본의 아니게 축구 관계자 여러분과 팬들에게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들 개인적으로는 축구선수들에게 심려끼쳐 드리게 하는 말을 해서 죄송하다. 더욱 성숙한 개그맨이 되겠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그는 “절대로 다른 감정있어 그런 말을 한게 아니라는 점 꼭 이해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부족한 부분 고쳐가며 발전해 나가겠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이렇게 정현수가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의 발언이 경솔했던 것은 맞다. 예능인들이 한 해를 정리하는 자리인 만큼 ‘개그투나잇’의 방송시간에 대한 섭섭함을 얼마든지 밝힐 수 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말하겠나. 그러나 그 섭섭함 때문에 방송편성과 전혀 상관없는 박지성, 기성용의 불행을 바란다는 농담은 지나쳤다. 게다가 엄청난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 축구선수들’을 건드린 것은 생각이 짧은 발언이었다.

그런데 정현수의 발언 논란으로 그가 원래 말하고자 했던 바가 퇴색되는 것은 안타깝다. ‘개그투나잇’의 방송시간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말이다.

이날 ‘개그투나잇’ 방송시간대에 대해 언급한 개그맨은 정현수 뿐만이 아니었다. 우수상을 수상한 개그맨 김용명과 홍윤화는 ‘개그투나잇’이 지역 민방에서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역 민방 사장님들, ‘개그투나잇’ 틀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김용명-홍윤화-정현수로 이어지는 ‘개그투나잇’ 출연 개그맨들의 반쪽짜리 방송 편성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 토로만큼은 다들 절박했고 진솔했다.

후배 개그맨들의 어려움을 아는 선배들의 지원사격도 이어졌다. 이동욱과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한 신동엽은 수상 소감에 “SBS 개국과 함께 SBS에서 활동했다. 후배들을 보면서 ‘개그투나잇’이 좋은 시간대로 가면 좋겠고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기간에 이루긴 힘들지라도 내년에는 더 사랑받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라고 녹여내며 후배들을 위로했다.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은 더욱 직접적으로 ‘개그투나잇’ 방송시간대 변경을 제안했다. 그는 대상을 수상한 이후 “‘개그투나잇’ 후배들.. 제가 주제 넘는지 모르겠지만, 방송을 보고 시청자가 비판이든 칭찬이든 할 수 있도록 일찍 볼 수 있게끔 배려해 주면 좋겠다”라고 방송사에 직언했다.

정현수가 말한대로 ‘개그투나잇’의 공식 편성시간은 토요일 밤 12시 5분이다. 그러나 앞선 방송이 뭐냐에 따라 방송 시간이 미뤄지는게 대부분이고, 자정을 훌쩍 넘겨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정현수가 “내 코너가 1시 35분에 방송되더라”라고 토로한 것이 절대 과장이 아니다.

지나치게 방송시간이 늦은 만큼 ‘개그투나잇’에 대해 잘 모르는 시청자가 많다. 어떤 코너가 있는지, 어떤 개그맨이 출연하는지 모르는게 다반사이고, 심지어 ‘개그투나잇’이란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시청자도 있다.

‘개그투나잇’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비록 방송시간이 늦을지라도, 단 한 명의 관객, 한 명의 시청자를 위해 밤낮 구분없이 개그 코너를 짜고 연습한다. 그들이 흘리는 노력과 열정의 땀방울은 최고의 개그프로그램이라 평가받는 KBS ‘개그콘서트’ 출연진들에게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따라서 ‘개그투나잇’ 개그맨들에겐 노력으로 만든 자식같은 개그들이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새벽의 이슬처럼 사라지는 일은 억울할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새벽에 방송되는 개그프로그램이 언제 폐지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개그맨들에게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정현수는 그 억울함이 다소 지나친 말들로 표현돼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 뒤에 그가 진짜 드러내고 싶었던 '절박한 외침'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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