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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풀칠 바빠"…김정일 1주기 싸늘한 北민심

탈북자들, 가디언 인터뷰서 "목숨 부지가 문제…관심없어"

"입에 풀칠 바빠"…김정일 1주기 싸늘한 北민심
"김정일이 죽고 난 뒤 보름 동안 우리는 매일 마을에 설치된 동상이나 거대한 초상화 앞으로 가서 애도해야 했어요."

1년여 전, 두메산골에서부터 수도 평양까지 북한의 동토(凍土)는 슬픔으로 하나가 된 듯 보였다.

북한 주민 2천400만 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일제히 몸을 떨며 흐느껴 울었다.

그러나 40대 초반의 탈북자 송미하(여·가명)씨에게 이는 사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이었는지 누가 알겠느냐"며 "내 삶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단지 '이제 어떻게 될까'가 궁금할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영국 가디언은 10일(이하 현지시간) 탈북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입에 풀칠할 틈도 없는 우리에겐 먼 일'이라는 제목의 김정일 1주기 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북한은 로켓 발사와 대중 동원으로 지난해 12월17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띄우려 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투쟁' 자체가 당장 문제라는 것이다.

중국 연변(延邊)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의 은신처에서 만난 5명의 탈북자는 매일의 신산한 삶에 대해 털어놓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60대 중반의 원옥금씨는 "당장 다음 끼니를 해결해 목숨을 부지하느라 관심을 둘 여력이 없다"며 "먹을 게 더 많은 평양의 사람들이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시골에서는 아무도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들의 증언은 올해를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던 북한 체제가 내부에서 어느 정도의 신뢰 추락을 겪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김정일은 처절한 빈곤 상태에 놓인 국민을 갓 서른도 되지 않은 아들 김정은의 손에 남겨두고 떠났다.

그간 변화의 조짐도 희미하게나마 있었다.

지난 4월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가 실패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시인했다.

퍼스트레이디 리설주를 공개했고, 새로 만든 곱등어(돌고래)관 등 유원지를 자랑하는 수도 평양에서는 건설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원씨는 "평양에서는 생활형편이 나아졌다는 소식을 텔레비전에서 봤지만 그건 평양 얘기일 뿐"이라며 "시골에서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으로 넘어오고서 새 지도자 김정은이 해외 유학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원씨는 개방·개혁 확대를 바라지만 그다지 확신은 없다.

한 여성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지난 4월 로켓 발사를 며칠이 지나서야 알았다.

이들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일 1주기를 맞아 내부 체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다른 탈북 여성들처럼 간병인 일자리를 구한 원씨는 수입을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왔지만, 최근에는 소포를 국경 너머로 몰래 들여보내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원씨는 "모든 분야에서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애도 기간에는 (거래에 쓰일 법한) 큰 상자를 들고 돌아다니는 것도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1일 다섯 번째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하면서 `김정일 유훈'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 여성은 "그 돈이 인민들에게 대신 돌아갔으면 좋겠지만, 정부가 하는 일이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푸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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