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제적 명성과 달리 김기덕 감독은 국내 영화계에선 비주류, 이단아로 외면받아왔습니다.
이제 세계 최고 감독의 반열에 오른 그의 작품세계, 류란 기자가 살펴봅니다.
<기자>
'피에타'의 배경인 서울 청계천의 허름한 공장들.
김기덕 감독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중학교 졸업 후 학업을 중단하고 15살 때부터 일했던 공간입니다.
김 감독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사회 밑바닥의 극빈층이거나 소외된 사람들.
내용 역시 극단적인 폭력성과 잔인함으로 배급사와 극장,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였습니다.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더러 있었지만,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었던 '빈집'을 본 사람은 10만 명도 채 안 됐고, 칸영화제에 초청됐던 '활'의 관객은 고작 1400명에 그쳤습니다.
서운함을 숨기지 못한 감독은 급기야 국내에선 자신의 영화를 더이상 상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산 속으로 홀로 들어가 3년 동안 두문불출하기도 했습니다.
[김기덕/감독, 2006년 국내상영 중단 선언 당시 : 불평으로 들어도 어쩔 수 없고요, 하소연으로 들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선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의 병폐를 특유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거장으로 일찌감치 인정받았습니다.
[김기덕/감독 : 너무 외국에서만 알려진 유명한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피에타'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제 영화를 좀 봐줬으면 하는 그런….]
스스로를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표현한 김기덕 감독.
이번 수상을 통해 세상과의 불화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세계를 포기하지 않았던 보상을 받은 셈이 됐습니다.
(영상취재 : 전경배, 영상편집 : 위원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