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는 5월 19일부터 계속해서 이들의 평양 방문 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는데, 초도 학생과 교사들의 얼굴 표정에는 ‘황홀한 평양 구경’에 대한 행복감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매일 점심마다 평양의 이름난 식당들에서 처음 보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평양 견학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초도 교사 인터뷰)” “텔레비전 화면에서만 보던 개선청년공원에 와 보니 정말 희한하고 황홀한 생각 뿐이다. (초도 학생 인터뷰)”
최고지도자 인민사랑의 상징적 장소 ‘초도’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초도방어대는 1996년 11월 23일 섬에서 병사들이 기다린다며 쏟아붓는 비와 사나운 풍랑 길을 헤치신 장군님(김정일)의 혁명전설과 더불어 우리(북한) 군대와 인민들 속에 널리 알려진 부대’이다. 또, 김정일 위원장은 초도의 군인 아내 가운데 화상을 입은 사람을 보고 해외로까지 보내 화상치료를 하게 해 주었고 그 덕분에 이 군인 아내는 말끔해진 얼굴로 다시 고향땅을 밟은 뒤 김 위원장의 은덕에 감사하는 노래를 불렀다고 조선중앙TV는 전하고 있다. 한마디로 초도는 최고지도자의 인민 사랑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장소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김정은 비서도 이 곳 초도 방문에서 눈길을 끌 만한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김 비서의 군부대 시찰 소식을 모은 4월 6일 조선중앙TV의 기록영화는 김 비서가 병영 밖 언덕 위에서 환호하는 군인 아내들에게 내려오라는 손짓을 하자 군인 아내들이 무더기로 달려와 김정은 비서의 품에 와락 안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민들을 사랑으로 격의 없이 안아주는 최고지도자의 모습, 사전 각본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장면이지만, 김 비서의 인민 사랑을 대외적으로 선전하는 데는 훌륭한 장면이었음에 틀림없다.
지방의 평범한 인민들에게 커다란 은전을 베풀고 그들의 감동을 통해 자애로운 지도자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북한의 선전선동 작업은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례로 2009년 12월 북한은 ‘주체철’을 만들었다는 성진제강연합기업소의 노동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했는데, 함경북도 김책역에서 평양으로 오는 길목 뿐 아니라 평양 시내에서도 수십만의 인파를 동원해 이들을 환영하고 카퍼레이드를 펼치기까지 했다. 상상을 뛰어넘는 환영 행렬에 감동한 ‘주체철’ 생산자들이 최고지도자의 은덕에 감사하면서 목숨을 바쳐 충성할 것을 다짐했음은 물론이다.
4월 25일 조선중앙TV의 ‘텔레비전 기념무대’에서는 초도의 한 군인 아내가 출연해 김 비서가 초도를 방문했을 당시의 감동을 구구절절한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풀어놓았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과장된 듯한 목소리와 몸짓들, 다분히 가식적이라고 느껴질만한 행동이었지만 텔레비전 카메라는 여기저기서 눈물을 닦는 관객들의 얼굴에 포커스를 맞추기 바빴다.
주변의 눈길을 의식한 가식적인 눈물이었을까? 당시 관객석에는 수 백명의 사람들이 앉아있었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눈치를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김 비서가 초도에서 보여준 인민 사랑에 정말로 감동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