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풍만한 가슴을 주겠노라’이야기한다면 거절한 여성은 한 명도 없겠죠? 돋보이는 가슴을 만들기 위한 여성의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예외는 아닙니다. 고대 그리스 소녀들은 ‘스트로피온’이라는 붕대 모양의 띠를 이용해 가슴을 받치거나 치켜 올렸고, 유럽에서는 나무를 깎아 만든 인공 가슴이나 주머니에 밀의 나락을 넣어 가슴 밑에 숨김으로써 불룩한 모양을 만들었다고 하니까요.
브래지어도 빼놓고 이야기 할 수가 없습니다. 가슴 모양을 예쁘게 잡아주고 가슴을 보호한다는 제조회사 측의 선전도 한 몫 하는 데다 왠지 브래지어를 입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민망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안 입는 여성은 거의 없죠. 앞에 잠깐 언급한 그리스의 스트로피온이 가슴을 받쳐주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효시이긴 하나 요즘 입는 브래지어와는 모양이 많이 다릅니다. 어깨 끈이 있고 뒤로 매듭을 짓는 현대적인 브래지어를 처음 착용한 사람은 메리 야콥스라는 여성으로 알려져있습니다. 1913년, 뉴욕에서는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이면 누구나 코르셋을 필수적으로 입고 있었습니다. 코르셋,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듯이 허리를 잘록하게 조이고 가슴은 부풀려보이게 하는 마법의 옷이죠. 저는 결혼식 때 드레스를 입느라 처음 그 경험을 해 봤는데 얼마나 숨이 막히는지 과일 하나도 수차례에 걸쳐 조금씩 나눠먹어야 할 정도로 고통스럽다 느꼈습니다. 몇 시간만 참으면 됐기에 망정이니 아니면 드레스를 뜯어버렸을지도 몰라요.
어쨌거나 메리 야콥스는 속이 비치는, 요즘 말로 하면 시스루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가려고 했는데 코르셋이 훤히 다 비쳐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궁리 끝에 두 장의 하얀 수건과 리본을 이용해 가슴 가리개를 만들었는데 이게 여성들 사이에서 히트를 치게 된 겁니다. 급기야 다음해 특허청에 등록을 하기에 이르렀고 지금도 브래지어의 역사를 말할 때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요즘은 가슴을 가리는 건 당연하고, 가슴골을 돋보이게 한다거나 볼륨을 증가시키는 다양한 브래지어들이 나와 있는데 메리 야콥스여사가 오늘날 속옷가게를 간다면 어떤 생각을 할 지 궁금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렇게 가슴을 돋보이게 하는 속옷이 많이 나왔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에 끝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속옷은 벗으면 그만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가슴 성형이 여성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죠. 성형수술은 보험급여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로 수술이 몇 건이나 이뤄지는지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대신 가슴 확대 수술에 사용하는 보형물 수입 건수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는데요. 식약청에 따르면 2008년의 경우 모두 3만 1천 757개의 가슴 보형물이 수입됐습니다. 금액만 5백 72만여 달러. 오늘자 환율로 계산해보니 5백 78억 원 정도 되네요. 보형물 수입은 계속 늘어서 지난 2010년에는 5만 2천 510건이 됐습니다. 2년 사이에 2만 개라니, 놀라운 추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 가슴 확대 수술을 하는 여성분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코헤시브젤’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코젤, 코겔이라고도 부르는 이 보형물은 마치 젤리 같은 반고체 상태입니다.제가 코헤시브젤을 가위로 잘라도 보고 구멍을 내기도 해 봤는데 안에 있는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고 마치 두부를 만들 때 생기는 비치처럼 조금씩 삐져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코헤시브젤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 예전에 썼던 액체 상태의 실리콘보다 응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터지거나 찢어진다고 해도 인체조직에 흡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또 여성들이 가슴 확대 수술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촉감이 기존의 보형물보다 우수하고 모양도 자연스럽다고 해서 값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코헤시브젤을 사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마음을 놓으라는 건 아닙니다. 식약청에 따르면 2007년 61건에 불과했던 가슴 성형 부작용은 2011년 428건으로 열 배 넘게 뛰어올랐습니다. 가슴 성형에 대한 정보나 교육 등이 이뤄지면서 적극적으로 신고가 이뤄진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시술이 많이 이뤄지면서 부작용도 많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부작용의 유형인데 제품 파열, 그러니까 보형물이 터지는 경우가 39.1%로 가장 많았고 제품이 새거나 쭈그러드는 경우가 30.1%, 보형물을 넣은 이후 가슴이 딱딱하게 굳는 구형구축 현상이 22.9%로 뒤를 잇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가슴 성형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한 분은 운동을 하던 도중 이상한 느낌을 느껴 병원에 가 봤더니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고 재수술을 했고, 또 다른 여성은 본인 말로 돌덩이처럼 굳어 버리는 구형구축 현상이 오는 바람에 보형물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상태였는데요. 두 사람 모두 코헤시브젤로 수술했던 경우였습니다.
물론 쉽게 터지지는 않습니다. 취재진이 코헤시브젤에 얼마만큼의 힘을 가해야 터지는 지 실험을 해 봤더니 7백kg 이상의 하중이 가해질 경우만 터질 정도로 견고했습니다. 천하장사가 와도 터트리기 어렵다는 겁니다. 문의해 봤더니 정상적으로는 파열되기 어렵고 원래부터 제품이 불량이거나 아니면 수술 과정, 사후 관리 등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저는 예뻐지고 싶고 돋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가슴 확대 수술을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 손가락질 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중요한 건 역시 관리입니다. 식약청은 현재 가슴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면 적어도 2년에 한 번씩 이상 여부를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을 받은 여성들에게 물어보니 병원에서 이 사실을 알려준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알려줬다 해도 단단히 일러주지 않는 한 기억하기 어려운 부분이겠죠.
영상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가슴에 보형물이 있다고 해도 각종 검사를 받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2년마다 무조건 값비싼 MRI를 찍으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부분은 방사선량이 적고 비용도 저렴한 X-RAY로도 이상 증세를 확인할 수 있고 그래서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그 이후에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고 하네요. 따라서 발열감이나 통증 등이 느껴지면 고민하다가 인터넷 성형 카페 등에서 상담하지 말고 언제든 주변의 전문 병원을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음번 취재파일에서는 성형한 사람들의 최대 고민이죠. 부작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와 보건보지부의 조언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