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길러드 호주 총리가 행사 도중 원주민 시위대에 쫓겨서 맨발로 탈출했습니다.
송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열 명이 넘는 경호원들이 한 여성을 둘러싼 채 식당에서 뛰쳐나갑니다.
그리고는 성난 시위대를 피해 허겁지겁 차에 태웁니다.
[물러나세요! 물러나세요!]
이 여성은 다름 아닌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
길러드 총리는 건국기념일인 '호주의 날'을 맞아 수도 캔버라의 한 식당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에 참석 중이었습니다.
문제는 행사에 같이 참석한 야당 지도자 토니 애버트의 발언이었습니다.
애버트 당수는 행사에 참석하기 전 호주 원주민의 '텐트 대사관'을 철거할 때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텐트 대사관은 원주민들이 정부의 인종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취지에서 옛 국회의사당 잔디밭에 지은 구조물입니다.
마침 텐트 대사관 설치 40주년 기념일인 맞아 전국에서 온 원주민들이 애버트 당수를 찾아 몰려들었고, 함께 있던 길러드 총리도 변을 당한 겁니다.
식당 안에서 30분 동안 갇혀 있었던 길러드 총리는 대피 도중 구두가 벗겨지는 수모까지 겪었습니다.
[줄리아 길러드/호주 총리 : 저는 괜찮습니다. 다만, 오늘 훌륭한 행사를 망치게 돼 화가 납니다.]
영국인이 1788년년 처음 호주에 도착한 것을 기념하는 '호주의 날'은 해묵은 식민정책과 인종 갈등의 문제점을 드러나게 하는 사건으로 얼룩지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