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죽음의 공포 앞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닐텐데요, 땅이 흔들리고 쓰나미가 몰려오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일본 소방대원들을 만나봤습니다.
한정원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폐허가 되어버린 집터에서 가족들의 시신을 부여잡고 68살의 소방대장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스즈키/가마이시 소방대장 : 시신 앞에 서니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던 순간 소방 대장은 바다를 향해 달렸습니다.
마을로 밀려 들어오는 시꺼먼 파도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려면 항구의 수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망설였지만, 소방대원이라 수문이 먼저 떠올라서…]
하지만 그 사이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손자와 며느리는 해일에 휩쓸린 집 안에서 싸늘하게 식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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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위협하는 방사능 공포를 무릅쓰고 원전 10미터 앞까지 다가가 작업을 벌였던 도쿄소방청 정예부대.
139명 대원 모두 담담하게 죽음의 근무를 자청했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약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냉각수 살포작업 참여 대원 :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는 정말 미안하다고 이 자리를 빌어 사죄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만 얼굴 한번 못 본 채 전장으로 향하는 남편을 아내는 문자 메시지로 의연하게 격려했습니다.
[사토 야스오/정예부대 총대장 : 원전에 나간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아내는 일본의 구세주가 되어달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고 묵묵히 임무를 다하는 소방대원들의 노력은 대재앙의 현장에서 희망의 빛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