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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 놀란 사우디, 뒤늦은 민심달래기

메카 주지사, 반정부 블로거 등 불러 홍수수습책 설명

이집트에 놀란 사우디, 뒤늦은 민심달래기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이자 메카 주지사인 칼리드 알-파이잘은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주 5명의 사우디인들을 불러 사우디 제다시(市)에서 발생한 홍수 사태를 수습하는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

홍해 연안 항구도시 제다에서는 지난달 여러 명이 숨진 것을 포함해 최근 수년간 홍수로 수백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기반시설의 취약함이 드러나면서 시설 조성 때 광범위한 부패가 개입됐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알-파이잘 왕자가 초청한 5명 가운데는 정부의 부패상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감옥에서 2년을 보낸 반정부 블로거 포아드 알-파르한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알-파르한은 민생에 대한 사우디 왕실의 관심 등 이날 대화의 내용을 젊은 세대들에게 트위터로 잘 전달해달라는 특별한 부탁까지 받았다.

사우디 왕실이 전례를 찾기 힘든 이런 움직임을 보인 것은 최근 튀니지와 이집트 시위 사태에서 젊은이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사우디는 아랍권 최대 규모의 경제국이지만 10%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과 물가상승, 빈부격차, 오랜 독재체제 등 이집트보다 정도는 덜해도 유사한 문제들을 겪고 있다.

특히 실업 문제가 심각한데 일자리가 없는 사우디인들이 약 50만명이나 되지만 사우디 내 외국인 노동자들은 900만명이나 돼 실업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사우디는 석유라는 막대한 재정 수입원이 있어 여차하면 정부가 돈을 풀거나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지만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도 그만큼 높아 돈만으로 불만을 잠재우기는 어렵다.

또 사우디에서는 젊은이들이 전체 인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들은 좌절감과 불만이 크고 이집트 시위를 방송이나 인터넷으로 시시각각 지켜보고 있어 동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집트에서 본 바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당장 사우디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아직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우디에는 정당도 없고 심지어 학생회나 노동조합도 결성돼 있지 않으며 조직화된 시민사회도 없어 대중적 운동의 형성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사우디 왕실이 당근과 채찍을 교묘히 활용해 부족들을 통제하고 이들의 지도자들을 기존 체제에 편입하고 있기 때문에 반정부 여론이 확산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사우디에서 반정부 움직임은 트위터와 같은 온라인 매체를 통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방식에 그치고 대중의 조직화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에서 이집트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정부가 작금의 문제들을 방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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