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청호는 거의 매년 얼어붙습니다. 대청호 말고도 수많은 국내 호수와 강들이 얼겠죠.
"대청호가 얼었다고? 그래서 뭐"
저도 처음엔 그리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얼음은 서울 한강이 더 두껍고, 추운 걸로 치면 목동이 더 매서울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길라임의 액션엔 라벤더향이 나듯(^^) 대청호의 얼음엔 주민들의 한과 고생이 묻어 있습니다.
지금의 대청호는 1980년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형성됐습니다. 그 전에도 물이 흘렀지만 신발 벗고 걸어서 건널 정도였다고 합니다. 당시 정부는 사는 데 아무 불편이 없도록 해주겠다고 설득해 주민들을 이주시킨 뒤 댐을 건설합니다.
이후 여느 곳처럼 보상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집니다. 시간이 흐른 뒤 지친 주민들은 하나 둘 떠났습니다.
한때 다섯 마을을 합쳐 150가구를 품었던 오대리는 호수 속 섬으로 고립돼 지금은 13가구만 남아 있습니다. 그나마 젊은 사람은 찾기 힘들고 노인들이 대부분입니다.
꽁꽁 언 대청호를 건널 때면 주민들은 각자 대나무를 손에 쥐고 무리 지어 걷습니다. 만일 얼음이 깨지기라도 하면 대나무가 구조용 밧줄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재작년 주민 5명이 언 대청호를 건너다 3명이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부터 생겨난 새로운 풍경입니다.
오대리와 막지리 등 대청호 인근 주민들은 다리 하나 갖는 것이 소원입니다. 배를 기다리지 않아도, 얼음이 얼어도 언제든 바깥세상과 왕래할 수 있는 길을 원합니다. 그러나 지자체에선 14가구, 17가구 등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리를 짓는 건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이해 못할 일은 아닙니다.
지금처럼 단단하게 얼음이 얼면 그나마 괜찮지만, 얼음이 얼기 시작할 때와 녹기 시작할 때 저렇게 얼음 위를 걷는 건 정말 위험합니다. 특히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얼음이 깨지면 바로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가구수도 얼마 안 돼 표를 위한 전시행정도 이곳에선 기대하기 힘드네요. 솔로몬의 해법, 어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