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큼 예뻤던 아내가‥"
3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60년만에 북측 아내 안순화(92)씨를 만난 임봉국(89)씨는 주름이 깊게 팬 처의 얼굴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10여년 간 같이 살면서 말싸움 한 번 하지 않았을 정도로 금실이 좋았던 임씨 부부였지만 1.4후퇴 때 피난하다 헤어져 지금껏 생사도 모른 채 살아왔다.
"그래서 잘 쫓아다녀야 하는 거야, 맹추들"이라며 야속한 세월을 타박하던 임씨는 휠체어에 앉아 울고 있는 아내에게 "내가 큰 죄를 지었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을 아내한테 확인하고 쓴웃음을 지은 임씨는 준비한 용돈 봉투를 건네주다 한국돈을 꺼내며 "이것도 쓸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북측 아내 송보배(80)씨를 만난 김선화(91)씨는 너무 오랜 세월을 헤어져 지내 어색했는지 처음에는 자리에 앉지 못했다.
인민군 훈련에 동원돼 가족과 헤어진 뒤 국군에 포로로 붙잡힌 김씨는 세살배기 때 마지막으로 본 딸 용복(63)씨가 "장군님 덕에 우리는 잘살고 있습니다"라고 입을 떼자 그제야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이들 부부의 재회는 1차 상봉 때 '부부 상봉'이 한 건도 없었던 터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5년 전부터 치매를 앓아 온 박상화(88)씨는 북측의 딸 준옥(64)씨를 첫눈에 알아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전날만 해도 "우리 금강산에 관광가는 거냐"며 엉뚱한 말을 하던 박씨였지만 "내 딸아 미안하다. 내가 혼자 내려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고사리 같던 손에 주름만 가득하구나"라며 딸의 손을 놓지 못했다.
북한의 두 동생 병덕(76).병철(66)씨를 만난 변병혁(78)씨는 "어릴 때 동생들을 괴롭힌 기억이 있어서 아직도 너무 미안하다"면서 테이블에 놓여 있던 사과를 잘라줬지만 동생들이 이가 약해 먹지 못하자 눈물을 내비쳤다.
(금강산=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