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테마기획,오늘(23일)은 배우지 못한 게 평생 한이 됐던 할머니, 어머니들의 이야기입니다.
글을 배우고 나니 세상이 다 환해졌다는 늦깎이 졸업생들을 송인근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으로 꼭 쥐어든 초등학교 졸업장.
올해 우리나이 여든 네 살인 조순덕 할머니는 뒤늦은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졸업장에 쓰인 글씨를 읽을 수 있다는 감격에 졸업장을 보고 또 봅니다.
[조순덕(84)/양원초등학교 졸업생 : 글을 못 읽을 때는 몰랐는데요. 이걸 보니까 너무나 사는 세상이 좋다고.]
조 할머니를 비롯해 오늘 이 학교에서 졸업장을 받아든 사람은 모두 651명.
[선생님 : 어디서 오셨어요?]
[학생 : 용인이요! 평택이요!]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배움을 이어온 학생들은 송사를 듣다 눈시울을 붉힙니다.
만성 신부전증으로 매일 투석을 하면서도 문학소녀의 꿈을 간직해 온 박혜선 씨에게도 오늘은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글을 배우고 책을 읽으며 박 씨가 살아온 인생 구절구절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었고, 박 씨는 지난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박혜선(54)/양원주부학교 졸업생 : 저 같은 경우도 그런 곳이 없었으면 이 나이에 어디가서 공부하겠어요. 아니면 검정고시 학원이라던가 그런 데는 돈도 많이 들고… 그런 잠재 능력을 키워주시는 것 같아요. 제게 글쓰는 솜씨가 있다는 걸 깨워주듯이….]
몸이 아파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오소예 씨는 병원 입원실에서 꽃다발과 졸업장을 받고 환히 웃었습니다.
모르는 걸 하나하나 깨우쳐갈 땐 아픈 줄도 모른다는 오소예 씨.
[오소예(49)/양원주부학교 졸업생 : 손자도 생길거고, 손녀도 생길거고 그러면 제가 앉혀놓고 배운 걸 가르쳐주고 싶어요. 영어도 가르쳐 주고 싶고, 한문도 가르쳐주고 싶고….]
남들보다 한참 늦게 시작한 배움의 길이지만 오늘 졸업식은 이들에게 끝이 아니라 더 큰 배움의 시작일 뿐입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