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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의 여왕' 아라카와 시즈카와의 만남

밴쿠버 통신

밴쿠버 국제 방송센터 SBS 부스에 일본 N-TV취재진이 왔습니다. 동계올림픽 사상 국내 방송사의 단독부스가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4년전 동계올림픽에는 취재진 4명이 갔었다는데요, 이번에는 120명의 취재와 제작진이 투입돼 여러 분야에서 활약중입니다.

갑자기 SBS 부스에 나타난 일본 취재진. 교양프로그램을 제작중인데 몇가지 질문에 답변만 해주면 된다고 하더군요. 리포터는 얼굴이 다소 마르고 창백해 보이는 여성이었는데 일본 스포츠 스타들의 얼굴 사진이 붙어있는 나무판을 보여주며 이 가운데 어떤 사람을 알고 있냐고 물어보고 또는 한국에서 김연아 선수의 인기는 어떻느냐, 한국 국민들의 기대감이 어느 정도냐는 등등의 질문을 해 왔습니다.

일본 방송에서 보아온 활기차고 톤이 조금 높은 리포터들과는 달리 숫기가 없어 보이고 다소 쑥스러운듯이 물어보길래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냥 아는대로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취재에 응해줘서 고맙다며 N-TV 로고가 박힌 볼펜 하나를 건네길래 저도 SBS 올림픽 뱃지(보통 '핀'이라고 부르더군요) 몇개를 건냈습니다. 핀을 모으는 것이 취미라며 자신의 목걸이 줄에 달더군요.

올림픽 취재를 위해 밴쿠버에 왔는데 난데없이 일본 TV에 출연하게 돼서 좀 당황스럽기도하면서 좋은 추억이 되겠다고 생각하며 제 자리로 돌아와 앉는데 스포츠국 부장인 김유석 선배가 말씀하시더군요.

"너, 저 리포터 누군지 몰라? 아라카와 시즈카 아냐!"

"토리노 올림픽 피겨 싱글 금메달리스트!"

어쩐지 낯이 익는다 싶더니 저를 인터뷰했던 리포터가 바로 '토리노의 여왕' 아라카와 선수였다니....



아차 싶었습니다. 취재를 해야겠다 싶어 카메라 기자(서경호 부장님)와 함께 달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벌써 사라지고 난 뒤였습니다. 할 수 없이 일본 N-TV 부스를 찾아갔더니 스탭 중에 한 명이 아라카와 팀은 아직도 취재 중이라면서 나중에 다시 오라고 하더군요.

"아니 우리는 아라카와가 취재하는 모습을 취재하고 싶다!!!"

일본 스텝에게 우리의 뜻을 전했더니 아라카와 선수의 매니지먼트 회사로부터 승낙을 얻어야 한답니다.

갑자기 억울해 졌습니다. "나는 그냥 인터뷰를 해줬는데....그냥 해주지 말걸 그랬나..."

전화로 매니지먼트 회사로부터 허락을 받고 방송센터를 이리저리 뛰어다닌 끝에 아라카와 선수와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까 인터뷰할 때 못알아봐서 미안하다는 말로 서로 웃으면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방송 리포트...

스포츠 담당 기자는 아니지만 스포츠 스타의 얼굴도 몰랐던 저를 스스로 질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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