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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기억하나요?…잊혀진 애니깽의 후손들

<8뉴스>

<앵커>

구한말 가난을 이기지 못해 멕시코 에네껜 농장으로 간 한인 노동자. 이들을 우리는 애니깽이라고 부릅니다. 노예이민과도 같은 지옥 같은 상황에서 조국을 위해 독립운동을 벌였던 멕시코 이민 1세대. 이들의 후손들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그 존재조차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김도식 특파원입니다.

<기자>

어설픈 한국말로 열심히 아리랑을 따라 부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국의 장단을 배우고, 흥겨움도 느껴봅니다. 

한복을 입어도 별로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비록 우리말도 못하고 외모도 많이 다르지만, 모두 한국인의 후손들입니다. 

[호세 알라드로 : 생소하지만, 저의 문화, 제 혈통의 일부입니다.]

1905년 '지상낙원'이라는 말에 속아 멕시코 이민선을 탔던 조선인 천33명.

이 중 많은 이들이 선인장의 일종인 애니깽 농장에서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면서도 쌈짓돈을 모아 기꺼이 독립운동자금으로 내놨습니다.

뜻도 모르는 독립자금 영수증과 당시 문건들을 후손들은 가보처럼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비드 김 : 무슨 독립운동 영수증 같은 거, 그리고 할아버지의 훈장들이죠.]

다비드 김의 할아버지 고 김익주 선생도 집과 사업체까지 팔아 독립자금을 낸 공로로 지난 1999년 독립유공자로 추서됐습니다.

그러나 후손들이 받은 건 달랑 훈장 하나 뿐, 김익주 선생의 아들은 평생 재외동포가 아닌 멕시코인 취급을 받다 눈을 감았고, 손자인 다비드김은 할아버지가 해방 후에 숨졌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자경/'멕시코 한인이민 100년사' 저자 : 멕시코 이민자들을, Lost Tribe, 기민이라고 그러잖아요. 한번도 국가가 보상해준 적이 없어요.]

더욱 서러운 건 한국정부의 무관심입니다.

3년 전 멕시코 이민 100주년 기념식 때만 반짝 관심을 보였을 뿐입니다.

그나마 미주한인재단이라는 LA의 한 민간단체가 해마다 애니깽의 후손들을 초청해, 무심하고 야속한 먼나라 한국이 그들의 뿌리였음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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